송진우, ‘늘 푸른’ 한국 야구 회장님

입력 2006.08.29 (21:48)

전인미답의 200승 고지를 밟은 투수 송진우(40.한화)의 별명은 ‘늘 푸른 소나무’와 ‘회장님’.

1989년 프로 입문 후 18년 동안 한결같이 활약해왔기 때문에 상록수에 비유되고 있다.
제1기와 2기 선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2000∼2001년 겨울 `선수협 파동' 때 선수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 아직도 회장님 대접을 받고 있다.
등번호 `21'번을 달고 있는 송진우는 21년동안 선수생활을 할 것이라는 농담을 할 만큼 아직도 왕성한 호투를 펼치고 있다.

◇몸은 타고 났다

송진우가 18시즌동안 200승을 달성할 만큼 `장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잔 부상을 당하지 않을 만큼 신체 조건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송진우의 신체조건은 키 180㎝에 75㎏으로 다소 호리호리한 편이다.
한화의 조청희 트레이너는 "투구는 원심력을 이용한 운동이기 때문에 뚱뚱하고 짧은 것보다는 길고 호리호리한 게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간다"며 "송진우도 그렇게 유리한 몸을 타고 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부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훈련도 열심히 했겠지만 지켜본 바로는 송진우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특이체질"이라며 "그런 체질 또한 길고 호리한 몸을 유지하는 데 타고 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감독 시절 송진우를 직접 스카우트한 뒤 지켜봤던 김인식 한화 감독은 "송진우가 전체적으로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구렁이 담 넘듯 이뤄진 변신

송진우가 프로에 뛰어들었을 때는 강속구가 주무기인 정통파였다.
하지만 30대로 접어들어 투구 속도가 떨어지자 그는 이미 완급조절을 주무기로 삼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있었다.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완벽히 파악하고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베테랑 투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고구속은 현재 140㎞가량이지만 절묘한 완급조절과 살아있는 볼끝 때문에 체감구속은 145㎞를 넘는다고들 얘기한다.
20대 송진우에게나 30-40대 송진우에게나 상대 타선은 잘못 말리면 추풍낙엽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자기관리는 두 말하면 잔소리

송진우는 "200승은 프로 선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고지"라고 태연하게 얘기한다.
시즌 방어율 4.0 이하를 유지하면서 150이닝 이상을 던지면 쌓이는 게 시즌 10승이고 20년을 던지면 200승을 할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
여기에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대수롭지 않은 일상으로 삼는 송진우의 습관이 배어있다.
스트레칭 동작 하나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불펜에서도 실전처럼 정신을 모아 볼을 뿌리면서 부상의 여지를 일찌감치 일상에서 차단한다.
송진우는 "주어진 연습을 충실하게 하고 즐겁게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비법 같지 않은 비법을 털어놓고 있다.
한용덕 한화 투수 코치는 "송진우는 스물살부터 지금까지 몸무게를 70-73㎏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부모님께 좋은 몸을 물려받은 것을 감사해야 하겠지만 정말 자기관리를 잘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송진우가 몸 뿐만 아니라 정신도 철저히 준비해놓는 선수라고 말했다.
18년 베테랑 송진우는 타자들의 특성을 자기 손바닥 보듯 알면서도 등판 전날이면 어김없이 시뮬레이션 삼매경에 빠진다.
잠자리에서 1번부터 9번까지 상대 타선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하나씩 요리해가는 상상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 등판 전에 항상 퍼펙트 게임을 준비하는 셈이다.

◇못 말리는 `싸움닭'

송진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온순함 이면에 숨은 강한 승부욕이다.
후배 투수 정민철(34.한화)은 송진우가 승부욕의 화신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민철은 "송진우는 야구 뿐만 아니라 볼링, 골프, 당구를 할 때도 지는 걸 참지 못한다"며 "골프와 당구를 할 때는 `연습 스윙'을 얼마나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구에서 지면 당구대에 자를 들고 나와 각을 재고 에어컨 바람의 영향을 측정하기도 한다는 등 송진우의 `기행'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200승에 도전하면서 주심이 특정 코너워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자 계속 그 부분으로 던져 볼을 양산하기도 한 데서도 그의 범상치 않은 `오기'가 엿보인다.
2001년 LG와 경기에서 7-7로 맞선 9회 말 1사 1, 3루에서 대타로 나와 이광한 감독의 번트 지시 대신 투스트라이크 이후 끝내기 안타를 때린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프로필

▲출생지 = 충북 증평
▲출생일 = 1966년 2월 16일
▲신체 = 키 180㎝ 몸무게 75㎏ ▲혈액형 = O형 ▲시력 = 좌우 1.2
▲학력 = 증평초(1979년 졸)-세광중(1981년 졸)-세광고(1984년 졸)-동국대(1988년 졸)
▲가족 = 부인 정해은(37) 아들 우석(13.대전 충남중 야구부 1년) 우현(10.대전 신흥초 야구부 4년)
▲야구시작 = 초등학교 4학년 때 조중협 교장의 권유로
▲프로입문 = 1989년 빙그레 이글스 입단
▲아마추어 주요 경력
1982년 대붕기대회 감투상, 황금사자기 우수투수상
1983년 대통령배 감투상
1984년 대통령배 우수투수상
1986년 추계 대회 감투상
1987년 백호기 최우수 선수상(타격 3위)
1988년 서울 올림픽 국가대표
▲프로입문 후 주요 경력
1989년 프로 데뷔전 완봉승
1990년 최우수 구원투수상(38세이브포인트, 19승8패17세이브)
1991년 한일 슈퍼게임 참가 우수투수상
1992년 최다승투수상(19승) 구원투수상(25세이브포인트.19승8패17세이브)
1995년 아시아 퍼시픽게임 국가대표 참가
1997년 프로통산 좌완 최초 100승 달성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출전(동메달) 노히트노런 기록
2002년 프로통산 최다승(147승) 기록, 골든글러브 수상, 부산 아시안게임 출전 금메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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