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칠 유족 눈물만 “눈도 못 감고 가셨어요”

입력 2006.12.08 (17:03)

수정 2006.12.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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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눈도 못 감고 가셨어요."

경기 중 불의의 낙마 사고로 숨진 한국 승마 종합마술 대표 김형칠(47.금안회) 선수의 시신을 확인한 동생 재칠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고 비행기에 올라 14시간 가까이 걸려 '통한의 땅' 도하에 도착한 재칠 씨는 한참 말을 꺼내지 못하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어린 조카들과 형수가 안쓰럽다. 평생 운동만 좋아하던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겨 슬프다"며 목이 메였다.
공항에는 정현숙 한국 선수단장과 서종환.김영환.김승철 부단장, 백옥자 임원, 박원호 대한승마협회 전무, 주카타르한국대사관 관계자 등이 나와 재칠 씨를 맞으며 함께 슬픔을 달랬다.
재칠 씨는 "TV로 사고 장면을 반복해서 봤다. 이런 마당에 누구에게 잘 잘못을 따지겠느냐"면서 "형님이랑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라고 마중나온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검정색 정장 차림의 재칠 씨는 바로 김형칠 선수의 시신이 안치된 선수촌 인근 하마드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던 재칠 씨가 형과 죽음을 직접 확인하고 나온 것은 영안실에 들어간 지 채 1분도 못 되어서였다.
영안실에서 나오는 재칠 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계속 얼굴을 손으로 훔쳐봤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형님이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나 보다"며 잠시 오열했다. "스포츠 종목에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닥쳐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다시는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시신 확인을 한 재칠 씨는 선수촌 국기광장 옆 퍼블릭존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를 찾았다. 김형칠 선수의 영정과 함께 전날 칼리드 알 카타니 도하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DAGOC) 사무총장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통해 헌정한 '명예의 금메달'이 재칠 씨를 맞았다.
재칠 씨는 헌화하고 큰 절을 두 번 올렸다. 못다한 말이 많았던지 길게 절을 했다.
승마 종합마술팀 선수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던 김홍철 코치는 동생 재칠 씨를 보자 부둥켜 안고는 통곡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각국 선수단 및 임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기장이 멀리 떨어져 있느냐'고 물었던 재칠 씨는 바로 박원호 전무, 김홍철 코치와 함께 사고 현장인 스포츠시티 내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도착해 김홍철 선수가 사고를 당한 8번 장애물이 놓인 곳까지 5분 정도 걸어갔다.
사고 현장은 사각으로 줄이 처져 보존되고 있었다. 줄을 들어 안으로 들어가 사고 지점에 멈춘 순간 재칠 씨가 흐느꼈다. 10여분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온 김홍철 코치는 재칠 씨가 사고 현장에 큰 이상은 없었던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칠 씨는 일행과 함께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와 다시 선수촌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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