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에만 의존’ 승마 안전 기준은 없다?

입력 2006.12.08 (19:27)

“우리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경기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고(故) 김형칠 선수의 낙마 참사가 일어난 승마 종합마술을 관장하는 국제승마연맹(FEI) 앤디 그리피스 경기감독관(technical delegate)의 설명이다.
8일 아시안게임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리피스 감독관은 "승마는 위험요소를 관리.통제하는 데 과학적인 요소를 도입하진 않았다. 대신 베테랑과 전문가들이 오랜 경험과 관행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감독관은 김형칠 선수가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했을 때 기후와 지면 여건이 경기에 지장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크리스토퍼 홋슨 FEI 부회장이 전날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의 설명으로는 사고 당일에도 자신과 그라운드 테크니션인 올리버 홀버그, 코스 디자이너 등 세 명이 주로에 내려가 직접 그라운드를 밟아보면서 점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우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단기 기상예보가 어떨지 까지 면밀한 계측을 했는지는 설명이 없었다.
그리피스 감독관은 "경기 진행 여부는 고도의 전문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취재진이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비가 내려야 경기를 할 수 없는건가', '어제 사고 이후에도 다시 경기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FEI의 답변은 큰 차이가 없었다.
수치화된 기준은 없고 관행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다 유럽에선 비가 많이 내려도 승마경기를 강행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 스포츠 경기진행에서 계량화된 기준이 점점 더 강하게 적용되는 추세인 반면 '소수의 스포츠'인 승마는 여전히 전문가의 '감(感)'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나 다름없었다.
발로 밟아봐서 미끄러운 정도를 보고 시각적으로도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모래와 진흙, 세라믹 소재가 섞여있는 주로에는 물이 군데군데 고여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베테랑 기수라면 적절히 판단해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낙마 참사 이후 속개된 오후 경기에서도 장애물에 걸린 말과 기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피스 감독관은 '기후와 지면 여건이 문제가 없었다면 사망한 선수와 말의 잘못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느냐.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고를 당한 김형칠 선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나갔던 베테랑 기수다. 말이 장애물에 너무 가깝게 다가섰을 때 점프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 하지만 기수와 말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감독관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도 치밀한 조사가 아니라 '승마의 관행'에 따를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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