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박정태 등장 ‘비 와도 부산 갈매기’

입력 2007.06.08 (21:21)

수정 2007.06.0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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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승부를 보여드리지 못했으니 신나는 우천 노게임 세리머니라도 있어야지요”

8일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야생야사(野生野死)의 야구 도시 부산 사직구장에 갑자기 쏟아진 비로 롯데-현대 경기가 4회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구장을 찾은 팬들의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롯데 선수들이 비 예보 속의 궂은 날씨에도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 1만1천여명을 위해 아주 특별한 `빗속의 세리머니'를 펼쳤기 때문이다.
9연패 악몽에 시달렸던 사직구장에서 지난 주 KIA를 제물로 기분 좋은 3연승을 달렸던 롯데 선수들은
이날 1회 1사 3루에서 정보명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4회 1-1 동점을 허용했고 4회 현대 공격 때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오후 7시24분께 경기는 중단됐다.
멈추지 않는 비를 피해 사직구장 스탠드 구석 자리를 뜨지 못한 관중을 즐겁게 한 건 롯데의 2년차 내야수 손용석(20)이었다.
지난 해 프로에 입문한 손용석은 구단 1호 버스를 17년째 운전하고 있는 기사 손경구(52)씨의 아들로 화제를 모았으나 데뷔 첫 해 4경기에서 고작 3타수 1안타에 그쳤던 철저한 무명 선수.
올 해 2루수 박현승 부상 공백을 메우려고 1군에 등록해 2루타 3개 등 타율 0.357(28타수 10안타) 7타점의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뽐낸 손용석은 빗속에서 방망이를 들고 나와 박정태 타격코치의 특이한 타격 폼을 흉내 낸 뒤 1, 2, 3루를 돌아 홈에서 시원한 빗물 슬라이딩 쇼를 연출했다.
전날 KBS 1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야생야사, 불타는 사직구장'의 주인공으로 방송을 탔던 손용석이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돌아갈 팬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한 것이다.
선수들을 더욱 놀라게 한 깜짝 쇼의 주인공은 재간둥이 별명을 얻었던 고참 정수근(30).
2003년 시즌 후 롯데와 6년 간 최대 40억6천만원 FA 대박 계약을 했던 정수근은 비가 쏟아지자 구단마스코트인 `누리' 인형을 뒤집어쓰고 그라운드로 나가 손용석의 우천 노게임 세리머니에 흥을 북돋웠다. 인형을 벗고서야 이벤트의 주인공이 정수근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는 경기가 이어져도 변함 없는 신문지 응원을 하고 부산 갈매기 노래로 부르던 부산 팬들의 성원을 받는 선수들다웠다.
손용석은 "형들이 시켜서 우연 찮게 우천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 팬들이 야구할 때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데 이럴 때 아니면 보답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지금 주어진 좋은 기회에서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해 우리 팀이 4강에 진출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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