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황금 왼발’, 일본전 318분만 골!

입력 2008.02.23 (21:06)

수정 2008.02.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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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황금 왼발'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 하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염기훈(25.울산 현대)이 2008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왼발로만 두 경기 연속 골을 쏘아 올리며 허정무호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염기훈은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숙적 일본과 대회 최종전에서 전반 14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염기훈은 박원재(포항)가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리자 골문 앞에서 옆으로 넘어지며 절묘하게 가위차기 발리 슈팅을 날렸고, 왼쪽 발등에 정확히 맞은 볼은 그대로 골문을 꿰뚫었다.
염기훈의 황금 왼발이 한국 축구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대결에서 무려 318분 동안 이어져 온 지긋지긋한 무득점의 벽을 통쾌하게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한국은 2003년 5월31일 도쿄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후반 41분 안정환(부산)의 극적인 결승골이 나온 이후 4년7개월여가 흐르는 동안 일본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만나 0-0으로 비겼고, 2005년 같은 대회 홈경기에서는 0-1로 지고 말았다. 최근 대결인 작년 7월 아시안컵 3-4위 결정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겨우 이겼지만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무득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일 북한과 대회 2차전(1-1 무)에서 전반 20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성공시킨 염기훈은 2경기 연속골을 모두 왼발로 장식했다.
사실 염기훈은 일본전을 애타게 벼르고 있었다.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선발로 나왔다가 전반 39분 오른 발등 골절상을 입어 수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것.
염기훈은 북한전 직후 "일본과 뛰다가 다친 만큼 내가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이기고 싶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는데 경기는 비록 1-1로 비겼지만 본인이 직접 골맛을 보며 설욕에 성공했다.
허정무호로서도 염기훈의 골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
대표팀은 중국, 일본과 차례로 경기를 치르는 동안 박주영(서울)에 고기구(전남)까지 스트라이커 요원이 줄부상을 당해 씨름하고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염기훈과 조진수(제주)를 3-5-2 포메이션의 투톱에 놓으며 공격 선봉 역할을 맡겼는데 염기훈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귀중한 골로 보답했다.
염기훈은 측면 공격수에서 벗어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도 진가를 발휘하며 허정무 감독에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시했고, 해외파 공격수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까지 한껏 살려놓았다.
염기훈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다. 왼발로 찰 수 있도록 볼이 날아왔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고 골키퍼 옆으로 살짝 비켜 들어갔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슈팅을 날리려고 했고 이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허정무 감독님에게 체력에 대한 지적을 받아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팀에 돌아가서도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며 "다음달 평양 원정이 월드컵 예선으로 중요한 만큼 골도 안 먹고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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