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막전막후’

입력 2008.04.20 (01:18)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은 `21세기 전략동맹 합의' 등의 성과 못지 않게 성공적 개최를 견인한 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비롯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금 등 양측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입장 정리 과정에서 실무급 외교협의가 긴박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합의문 채택 연기 =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찾아 1박2일간 정상외교를 펼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양국 외교 당국자들간 치열한 물밑접촉과 막후작업이 있었다.
그러나 방미에 앞서 추진했던 `한미동맹 미래비전'에 관한 공동합의문 채택은 결국 끝내 무산돼 오는 7월 부시 대통령의 답방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이를 준비한 양측 실무자들은 끝나는 순간까지 치열한 탐색전과 기싸움을 벌였다"면서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조율시간이 많지 않았던 데다 자칫 성과에 급급해 무리하게 합의문을 채택할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뒤로 미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합의문 연기는 일찌감치 예고된 면도 없지 않다. 이미 7, 8월께 부시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데다 방미 직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2단계 전략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접근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방식 그때그때 달라요" = `메인 이벤트'인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이번 방미기간 양측 의전팀은 예정에 없던 돌발사태 등으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측 의전팀과 경호팀은 미국측으로부터 상세 일정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것은 물론 행사에 임박해 계획을 변경 통보받는 일도 있어 때론 발을 동동 굴렀다는 후문이다.
방미수행단에 포함된 정부관계자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의 형식과 일정에 대해 물어보면 미국측 관계자들은 무조건 `스폰테이니어슬리(spontaneously.즉흥적으로)'를 반복했다"면서 "결국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서 계획을 수립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정상회담을 하루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공동기자회견문 내용과 문구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회담 시작 시간이 당초 19일 오전 10시5분(현지시각)에서 35분 앞당겨 지기도 했다.
또 당초 순차통역 방식으로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도 막판 동시통역으로 바뀌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
한편 정상회담과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이 오전 11시55분에 끝났으나 수행기자단은 곧바로 일본으로 향하기 위해 오후 1시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할 수 밖에 없어 촉박한 시간에 회견 내용을 타전하느라 프레스센터는 북새통을 이뤘다.
◇"날씨는 엠비(MB)편" =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유난히 `날씨 운(運)'이 좋았던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도 전통을 이어나갔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방미 전주에는 비가 오고 기온도 낮았는데 이번주에는 구름 한점 찾아볼 수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예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미국을 떠나는 다음주부터는 또다시 비가 온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시장 재임 당시나 지난 대선기간에도 이 대통령의 중요한 외부행사가 있을 때마다 나빴던 날씨도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측근들은 `하늘이 돕는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영 정상 `동병상련' =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현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공교롭게 방미기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미국을 방문해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면서 현지 언론과 미국 국민들의 관심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 실제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 유력 언론들은 매일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헤드라인 뉴스로 상세하게 보도했다.
교황은 이 대통령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15일부터 20일까지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으며, 17일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해 시내 교통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뉴욕, 워싱턴, 보스턴 등 3개 도시를 방문해 주요 대선후보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언론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교황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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