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지켜보는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기분이 이랬을까.
12일 베이징사격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리스트 진종오(KT)와 피말리는 접전 끝에 준우승한 북한의 사격스타 김정수(31)의 표정은 매우 침통했다.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에 이어 이번 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번번이 진종오의 바로 뒷자리에 서서 동메달을 땄던 그가 절치부심하고 나섰지만 그의 앞에는 또 진종오가 버티고 서 있었다.
사흘 전 공기권총이 끝났을 때만 해도 사진기자들 앞에서 진종오와 포즈를 취하고, 진종오가 받은 꽃을 빼앗아가는 장난도 쳤지만 이날 그는 기자회견 내내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올림픽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집하며 `인민체육인'의 칭호를 단 그였지만 매번 아쉬움과 재도전의 의지를 공유했던 진종오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것을 보자니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은 듯 했다.
금.은메달리스트들에게 소감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진종오는 "정수 형과 함께 따서 기쁘다"고 했지만 "고저.. 뭐.."라며 어렵게 입을 연 김정수는 "은메달을 따서 좀 그런데 이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열성껏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포함, 번번이 국제대회 정상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린 김정수는 회견 말미에 기자들이 섬뜩함을 느낄 정도의 결의를 보였다.
그는 "체육인으로서 금메달이 포부이고, 희망이기 때문에 그걸 해내기 위해 악을 쓰고라도 이기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