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조련’ 오승우 감독, 전략 주효

입력 2008.08.16 (21:57)

장미란(25.고양시청)이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한 데는 오승우 감독의 든든한 지원과 치밀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도 선수 출신인 오승우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혹독할 정도로 장미란을 훈련시키고 또 철저하게 관리했다.
새벽 체력 단련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장미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일 수면부터 기상 시간까지 체크했다.
오 감독의 이러한 노력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은메달에 그쳤던 경험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겠다는 각오가 묻어 있었다. 오 감독은 당시 장미란과 함께 역도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탕공훙(중국)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아테네대회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은 그는 제주도청 실업팀에서 후배 양성에 힘을 쏟다 지난 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다시 감독직 제의를 받은 뒤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장미란과 함께 겪었던 4년 전의 아픈 기억을 깨끗이 씻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오 감독은 이후 치밀하고 장기적인 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를 만들어 하나 둘씩 실천해 나갔다.
올림픽이 가까워지자 이형근 남자 대표팀 감독과 함께 역도 훈련장을 실제 올림픽 환경과 똑같이 꾸미며 일찌감치 현지 적응을 준비했다. 중국 역도 경기장이 시끄럽다는 점도 감안해 일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훈련하기도 했다.
훈련장 역기도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중국제로 바꿔 지난 해부터 바벨을 드는 연습을 해 왔고 메달 경쟁자 전력 분석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체중과 음식 관리도 엄격해 매일 밤 늦게까지 일일이 식단과 간식을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장미란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언론과 접촉하는 것도 공식 행사가 아니면 가급적 자제시켰다.
모든 신경을 대표팀에만 쏟아 붓다보니 가장으로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집이 있는 제주도에는 한달에 한번 다녀오기도 힘들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대표팀 미팅이 있어 집에 들른다 해도 토요일에 갔다 잠만 잔 뒤 바로 상경해야했고 중학교 3학년인 딸이 하나 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는 탓에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오 감독의 부단한 노력과 장미란이 흘린 땀은 결국 이번 올림픽에서 한 데 어우러져 금메달을 합작, 감동을 선사했다.
또 오 감독이 조련한 역도 기대주 윤진희(22.한국체대)는 지난 10일 여자 53kg급 경기에서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8kg급 임정화(22.울산시청)와 63kg급 김수경(23.제주도청)도 비록 입상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4위, 6위를 각각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 감독이 장미란에 이어 또 한 명의 '여자 헤라클레스'를 발굴해 조련해 낼 수 있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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