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투혼’ 빛난 여자핸드볼

입력 2008.08.23 (16:41)

수정 2008.08.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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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도 빛난 아줌마 투혼'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아테네 때 눈물의 은메달을 설욕하려 했기에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지만 국내 핸드볼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동메달도 충분히 값진 것이다.
이러한 메달 투혼의 중심에는 바로 '아줌마의 힘'이 있었다.
대표팀에 아줌마 선수는 모두 3명. 오성옥(36.히포방크)과 오영란(36.벽산건설), 허순영(33.오르후스)이 그들이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이들은 태릉선수촌에서 20대 젊은 선수들도 버티기 힘든 '지옥 훈련'을 견뎌내며 강철 체력을 쌓았고 이를 올림픽 무대에서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오성옥의 활약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슈팅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패스 등 전성기 때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센터백 포지션에서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선정한 이번 대회 베스트 선수로 뽑혔다.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성옥은 이번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며 포기를 모르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전형을 보여줬다.
오성옥이 공격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오영란은 최후방에서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신들린 선방'으로 동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21개월 된 딸 서희를 시댁에 맡기고 베이징에 날아온 그는 대회 중간에 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결국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순영은 가장 나이가 어린 아줌마이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허순영의 포지션은 바로 몸싸움을 가장 많이 하는 피봇.
한국은 체격과 힘에서 유럽 선수들에 비해 달릴 수 밖에 없지만 허순영이 2명 이상 수비수를 달고 다녔기에 다른 선수들이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허순영은 부상 투혼도 발휘했다. 그는 베이징으로 오기 전날 연습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수술을 미루고 올림픽 무대에 섰고 첫판부터 23일 헝가리와 3-4위 결정전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뛰었다.
임영철 감독은 "참 대단하다. 감히 누가 우리 아줌마들에게 체력문제를 운운하겠는가. 나이가 많다고 딴죽을 걸겠는가.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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