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우생순’…감동의 도가니

입력 2008.08.23 (17:47)

수정 2008.08.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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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을 확정짓는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나가 얼싸안았다.
한국 여자핸드볼만 하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양팔을 서로 어깨에 걸고 둥글게 모인 뒤 빙글빙글 도는 '강강수월래' 세리머니였다. 임영철 감독을 코트로 데리고 나와 헹가래도 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23일 오후 한국 여자핸드볼이 4년전 아테네에 이어 베이징에서 다시 한번 맞은 눈물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코트를 빠져나와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는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다 못해 큰 소리로 '통곡'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는 취재진도 애처로움에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였다.
대회 기간 내내 21개월 된 딸 서희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던 수문장 오영란(36.벽산건설)은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소리 내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금이 아니어서 아쉬운 게 아니다. 다들 잘 싸워줬고 감독님, 코치님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마지막에 감독님이 '단 1분이라도 너희가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오영란은 '서희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서희야 사랑해. 엄마가 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동메달도) 값지게 딴 것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 내 딸 서희야 사랑해"라며 흐느꼈다.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안고도 투혼을 펼친 '아줌마'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허순영(33.오르후스)은 "코는 괜찮다. 그냥 기뻐야 되는데 왜 이렇게 슬픈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직후 다른 선수와는 달리 임영철 감독과 꽉 끌어안고 기쁨의 포옹을 나눈 홍정호(34.오므론)는 우느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끝나고 나니까 모든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독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우승에 이어 4년 뒤 애틀랜타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홍정호는 이날 승리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오성옥(36.히포방크)과 함께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올림픽에 딱 3번 나갔는데 처음에는 10대였고 두번째는 20대, 지금은 30대다. 출전할 때마다 모두 메달을 따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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