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1,2차전에서 똑같이 '5-2' 3점차로 1승씩을 나눠 가진 SK-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점수가 말해주듯 팽팽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점이 중요하다 보니 번트가 늘고 도루가 사라진 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난타전이 벌어졌던 두산-삼성 간 플레이오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공격 성향인 김경문 두산 감독과 젊은 타자들의 경험 쌓기에 초점을 맞췄던 선동열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번트를 아꼈다. 어차피 1-2점 싸움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했던 터였다.
하지만 불펜이 우세한 SK를 상대로 두산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1점 싸움이 흐름을 주도하기에 희생번트가 늘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1,2차전에서 희생번트 6개
김성근 SK, 김경문 두산 감독 모두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보내기 번트를 댔다. 두산이 26일 1차전에서 3개, SK가 27일 2차전에서 3개에 성공했고 대부분 득점과 연결됐다. 두산은 1차전에서 홍성흔의 재치 있는 투수 앞 번트 안타까지 합하면 4개를 댔다.
'가장 적극적인 공격'으로 번트가 주목을 받은 셈. 우승이 걸린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 주도권을 쥘 선취점과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동점 등을 얻을 때 번트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대적해 본 양팀은 분위기를 내줬다간 좀처럼 뒤집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번트에 집중한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서 1,4회 두 차례 찬스를 놓치자 0-1로 뒤진 5회 무사 1루 세 번째 기회마저 날리면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 전상렬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그는 3-1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도 번트를 지시했고 김현수의 적시타로 4-1로 달아나는 귀중한 점수를 얻었다.
1패를 안은 김성근 감독은 2차전에서 0-0이던 1회 무사 1루에서부터 번트를 감행했다. 번트와 내야 안타 등으로 두산 선발 김선우를 흔들었고 2점을 선취, 앞서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2-2 동점이던 4회 무사 1루와 3-2이던 6회 무사 1루에서 연거푸 나주환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나주환은 3루수 앞과 1루수 앞으로 정확히 작전을 수행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도망갈 점수를 뽑고자 김 감독이 정석 플레이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선수들의 몸이 굳게 돼 이를 이용해 실책을 유도하려는 번트 작전은 3차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
◇상대의 집중 분석..움츠러든 발야구
기동력이 비슷한 양팀은 상대의 '발'을 묶고자 치밀하게 연구했다. 아예 1루에서 '싹을 잘라' 도루 기회를 봉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1,2차전에서 두산이 1개, SK가 4개의 도루에 성공했다. 도루 실패는 두산이 1개, SK가 2개를 했다.
'시간 차 도루'의 달인 고영민(두산)은 1차전에서 2회 2루를 뛰다 SK 포도대장 박경완의 정확한 송구에 잡혔다. SK 조동화는 1,2차전 연속으로 투수의 견제에 걸려 1,2루 간에서 협살 당했다.
SK는 1차전에서 투구폼이 큰 두산 선발 맷 랜들과 이재우로부터 도루 3개에 성공했으나 두산 배터리가 반격에 나선 2차전에서는 정근우만 5회 2루를 훔쳤을 뿐 쉽게 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처럼 큰 경기에서는 득점 찬스 자체가 적기에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실상 도루가 힘들어 안정적인 번트가 인기있다.
마음 놓고 뛰기힘든 데는 상대의 철저한 견제도 한몫한다. 2차전에서 5회 오재원이 SK 왼손 투수 정우람의 날카로운 견제에, SK 정근우가 7회 두산 정재훈의 날렵한 견제에 1루에서 잡힌 건 '발야구'를 막고자 그만큼 양팀 벤치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방증이다.
1루 주자의 리드 폭이 줄어들면 병살 기회도 높아지고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진루도 막을 수 있다. 상대의 발을 묶어야 이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양팀 배터리는 더욱 날카롭게 1루를 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