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新정부는 ‘클린턴 3기?’

입력 2008.11.07 (06:30)

수정 2008.11.07 (07:11)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부시 3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차기 정부 인선작업이 진행되면서 오바마 캠프 내에서 `클린턴 3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1993-2000) 각료를 지냈거나, 백악관 참모를 지낸 인물들이 차기 내각과 백악관 보좌진 하마평에 잇따라 오르내리면서다.
우선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이 인수팀장으로 내정됐고, 차기 비서실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은 오바마와의 친분도 두텁지만, 그 이전에 클린턴의 최측근인사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차기 내각의 최고 핵심 포스트가 될 재무장관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 물망에 올라 있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도 클린턴의 측근 인사들이다.
이에 대해 지난 2년동안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해 왔던 시카고 선거운동 본부의 오바마 측근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당내 인력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과 "무슨 소리냐, 오바마는 `변화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심각하게' 맞서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특히 불만의 목소리는 과거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인사들 사이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매케인 보다 더 치열하게 오바마를 공격했던 힐러리 진영을 잊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경선이 끝난 뒤 오바마 캠프는 힐러리 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오바마의 정체성'을 가진 정부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인수팀에서 활동하게될 오바마의 한 핵심 측근은 "우리는 `돌아온 클린턴'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클린턴 행정부 출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훌륭하고 좋은 인재는 널려 있다"고 말했다.
캠프내의 불만 목소리는 오바마 당선인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그가 5일 포데스타 외에 자신의 핵심측근인 발레리 재럿과 상원의원실 비서실장인 피터 라우스를 공동 인수팀장에 임명한 것도 자신의 캠프와 클린턴 진영간 균형 맞추기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로서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인사들을 상당수 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클린턴 백악관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던 윌리엄 갤스턴은 "1992년 클린턴이 처음 당선됐을 때도 전임 민주당 정권이었던 지미 카터 행정부 출신 인사들의 기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카터 행정부는 대내외 정책의 실패로 국정지지율이 낮았던 반면,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날 때도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빌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그의 집권 1.2기는 물론, 민주당이 야당으로 있던 지난 8년 동안에도 당이 빌과 힐러리 클린턴의 영향력하에 있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지난 16년간 클린턴측과 선이 닿지 않은 민주당 인사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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