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치른 카타르와 모의고사에서 1-1로 비겼다.
이번 경기는 닷새 뒤인 20일 오전 치를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대비한 일종의 리허설이라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가용 자원을 두루 기용하며 선수와 전술을 점검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일본과 월드컵 최종예선 홈 경기를 앞둔 카타르도 예상 외로 짜임새를 갖춘 전력을 보여줘 허정무호로서는 의미 있는 평가전이었다.
허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가 아직 가세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파 20명 중 나름대로 정예 멤버로 선발진을 꾸렸다. 후반 들어서는 차례로 8명을 바꿨다.
골키퍼 김영광(울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은 셈이다.
전반전 경기 운영은 무난했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미드필더 파비우 세사르 몬테신과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세바스티안 퀸타나 등을 내세워 사우디 아라비아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카타르를 맞아 템포를 조절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이청용(서울)의 프리킥이 행운의 골로 연결돼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적진에서 열릴 사우디 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는 승점 3을 쌓는 것도 좋지만 일단 지지 않은 경기 운영이 절실하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개인기나 순간적인 스피드 등이 빼어나다.
허정무호는 전반에 풀백이나 윙플레이어들이 공격 가담을 자제하면서 수비 안정을 꾀하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빠르게 반격에 나서는 경기 운영을 했다.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에서는 '타깃맨' 정성훈(부산)을 축으로 최근 A매치 2경기 연속 두 골을 뽑은 상승세의 이근호(대구)가 공간을 활용하며 득점 기회를 찾아 나갔다.
좌·우 미드필더는 킥 능력이 좋은 염기훈(울산)과 이청용이 배치됐고, 중앙에서 기성용(서울)과 김정우(성남)가 호흡을 맞췄다. 이청용은 오른발 킥을 전담했다.
포백 수비진영은 좌·우 풀백에 김치우(서울)와 조원희(수원), 중앙에 강민수(전북)와 조용형(제주)이 나섰고, 골문은 대표팀에 복귀한 이운재(수원)가 지켰다.
오른쪽 풀백으로도 뛰긴 했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한 조원희를 다시 풀백으로 뛰게 한 것은 의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었던 전반과 달리 후반은 선수 교체로 사실상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면서 조직력에 균열이 생겼다.
고질적인 수비 진영의 불안은 되풀이됐다. 수비 진영이 크게 바뀌면서 호흡이 맞지 않아 수적으로 우세를 점하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후반 29분 몬테신이 넣은 동점골도 프리킥이 비록 수비벽 맞고 굴절돼 골로 연결됐지만 허술한 수비와 불필요한 반칙으로 프리킥을 내준 과정이 좋지 못했다.
곽태휘(전남)는 부상으로 아예 이번 원정 명단에서 빠졌고, 중앙 수비도 가능한 왼쪽 풀백 김동진(제니트)마저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기로 해 허정무호는 중앙수비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아 더욱 걱정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세를 막아낼 그물 같은 수비망 구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