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 꿈 좌절’ 새내기 복서의 눈물

입력 2009.03.05 (16:02)

수정 2009.03.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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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저 뒷바라지하느라 대학도 못 간 누나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참가한 대학생 새내기 복서 이종길(19.구리체육관)은 끝내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해 눈물을 떨어뜨렸다.
올해 한성대 멀티미디어학과에 입학한 이종길은 5일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결승 이틀째 슈퍼라이트급(63.5kg 이하) 경기에서 박찬희(20.프라임복싱클럽)와 치열한 난타전을 주고받은 끝에 0-3으로 판정패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이종길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앳된 얼굴이 코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종길은 "누나와 여기 응원 온 분들께 너무 미안합니다. 준비는 했는데 최악의 경기를 했어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종길은 지난해 6월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신예지만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꼽혔다.
8강전에서 5전 전승의 기록을 보유한 또 다른 MVP 후보 원우민(대성)을 꺾은 기세를 몰아 결승 무대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6라운드까지 저돌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프로 2년 차인 박찬희의 노련미를 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원래 체급은 페더급(57.15kg 이하)이지만 체중 조절에 실패해 슈퍼라이트급에 출전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종길은 누구보다 친누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오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해 준 누나들을 위해 이기고 싶었는데..."라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어 "대학 선배와 동료가 응원하는 앞에서 기분 좋게 이기고 싶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종길은 어머니마저 분가해 다섯 살, 두 살 많은 누나 두 명의 뒷바라지를 받고 지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위기의식을 느껴 힘이 세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글러브를 꼈다.
'아버지가 없어 공부도 못한다'라는 인식을 받을까 봐 학업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서울 디지텍고에 다닐 때는 내신 2등급을 받았고 봉사 활동도 200시간을 채울 정도로 사회 활동에도 부지런했다. 야간 운동으로 쌓였던 피로는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 때 토막잠으로 풀었다.
학교에서 모범을 보이면서 3학년 때는 전교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복싱과 체육에 관심이 많았지만 공과대 계열인 멀티미디어학과 지원을 결심했다.
이종길은 "아버지 없이 자라 싸움밖에 할 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면서 "복싱 뿐만 아니라 공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종길은 "다시 한번 박찬희와 맞붙어 이기고 싶다"면서 "돈도 많이 벌어 나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한 누나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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