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진상 조사 철저히

입력 2009.03.06 (07:06)

수정 2009.03.06 (07:26)

[하창우 객원 해설위원]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었던 지난 해 11월 촛불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 이메일은 “부담되는 사건을 후임자에게 넘기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이다.

구속여부에 관계없이 통상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어떻느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형사단독 판사들은 야간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집시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온 뒤에 판결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때 법원장이 재판을 독촉하는 메일을 판사들에게 보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신 대법관은 이를 판사들이 재판에 대한 압력으로 생각한다면 판사 자격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권리에 관해 재판권을 행사하는 사법기관입니다.

때문에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의 독립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장은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을 매겨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재판사무 분담을 결정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시국사건이나 공안사건에서 법관은 자칫 사회적,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재판상 독립이 침해당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법원장은 법관을 외부압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법원장이 그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법관의 독립은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장이 오히려 법관들에게 집시법 위헌 여부를 떠나 판결하라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내외부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했다면 모종의 압력을 암시하는 것과 다름없이 비쳐집니다.

신 대법관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법관들의 주장처럼 압력이었다면 외압을 법원 스스로가 행사한 격이 돼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법원 내부에서 상급법관이 하급법관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법부가 법리를 꺾고 권력에 순종했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나 있을 수 있는 일로서 민주화된 오늘날에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사법부가 법원 내부로부터 독립을 지켜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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