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더비, 월드컵 본선 티켓 전쟁

입력 2009.03.30 (09:58)

수정 2009.03.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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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안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하겠다(한국).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행 꿈이 이뤄질 일전을 양보할 수 없다(북한)'
남북한이 4월1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 진출에 최대 분수령이 될 최종예선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코리언 더비'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 주인을 사실상 가름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데다 야구 대표팀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쾌거와 '피겨퀸'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제패에 이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나란히 월드컵 본선에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맞대결에서 진다면 남북 모두 최종예선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기에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북한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한국은 승점 8(2승2무)로 북한에 이어 2위로 밀렸다. 지난 2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2-0으로 이긴 북한은 승점 10(3승1무1패)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2승1무2패.승점 7)와 이란(1승3무1패.승점 6)도 남북한을 바짝 뒤쫓고 있어 북한과 경기는 허정무 감독이 양보할 수 없는 중대한 일전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 대표팀이 승리를 장담할 처지는 아니다.
한국은 북한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5승7무1패로 앞서 있지만 지난 1993년 10월28일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0으로 이긴 이후 16년간 5차례 A매치에서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도 북한과 4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 1-1 무승부를 시작으로 월드컵 3차 예선 두 경기 모두 득점 없이 비겼고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치러진 최종예선 1차전 원정에서도 1-1로 장군멍군을 불렀다.
한국은 지난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공방 끝에 가까스로 2-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북한 격파 해법을 찾으려고 주전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한 허정무 감독은 배후 침투와 2대 1 패스 등 득점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만족하면서도 문전 처리 미숙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이근호는 실전 감각이 떨어져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다 페널티킥 골로 골문을 가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근호와 호흡을 맞춘 박주영(AS모나코)도 조커 임무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때문인지 기대했던 골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고 누적으로 북한전에 뛸 수 없는 김정우(성남)를 대신해 대표팀에 차출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조원희(위건 애슬레틱)는 오른쪽 종아리 타박상으로 남북대결 출격이 불투명하다.
부상으로 낙마한 조용형(제주)의 공백을 메우려고 13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중앙수비수 황재원(포항)은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자책골을 헌납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또 같은 중앙수비수 이정수(교토)마저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라서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크다.
이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캡틴' 박지성의 중원 조율 속에 전담 키커 기성용(서울)을 중심으로 한 세트피스로 북한의 골문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북한은 UAE전 홈경기 승리 여세를 몰아 승점 3점을 챙겨 1966년 잉글랜드 대회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정대세 외에 홍영조와 문인국, 박남철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확보했다. 밀집수비로 벽을 치고 나서 역습으로 허점을 노리던 패턴에서 벗어나 훨씬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가파른 상승세의 북한을 맞아 '무승 징크스'를 깨고 축구 열기를 다시 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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