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더비의 핵 ‘박지성vs홍영조’

입력 2009.03.31 (09:47)

수정 2009.03.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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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길목에서 '한반도 더비'가 열린다.
현재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에서 한 경기를 더 치른 북한이 3승1무1패(승점 10)로 조 1위, 한국이 2승2무(승점 8)로 조 2위다.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까지 경질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다. 반면 남북한은 조 1, 2위를 다투면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동반 출전에 대한 기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한 경기만 삐끗해도 도로 남아공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한국 축구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북한과 맞대결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 박지성-홍영조 '승리 팀 주장은 나!'
부담이 큰 경기에서는 역시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구심점이 더욱 절실하다.
한국의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북한의 홍영조(27.FK 로스토프)가 그런 구실을 하는 선수다. 박지성과 홍영조는 양팀 대표팀의 주장이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남북한의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이다.
러시아 2부리그에서 뛰는 홍영조 역시 북한 축구의 핵심이다.
박지성과 홍영조는 각각 대표팀에서 왼쪽 미드필더와 왼쪽 공격수로 나선다.
하지만 워낙 체력이 좋고 활동반경이 넓어 중원에서 수시로 맞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중앙은 물론 오른쪽 미드필더 이청용(21.서울)과도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다.
홍영조 역시 최전방 원톱 정대세(25.가와사키) 아래의 처진 스트라이커는 물론 중원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역할까지 해내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프리킥도 위협적이다.
남북한은 지난해에만 네 차례나 맞붙었다. 하지만 박지성과 홍영조의 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둘 모두 풀타임을 뛰었지만 팀이 0-0으로 비기면서 이들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후 홍영조는 박지성이 빠진 지난해 9월 상하이에서 열린 최종예선 1차전(1-1 무승부)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이번 남북한 대결을 앞두고 "북한이 상승세라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오를 밝혔다.
홍영조도 28일 평양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경기 후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본선 진출에 대한 자신이 생겼다. 남조선과의 경기에서도 이 기세로 나가면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이근호.황재원 '신뢰에 보답하라'
허정무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발표한 대표팀 명단 23명에 공격수 이근호(24)와 중앙수비수 황재원(28.포항)을 포함시켰다.
이근호는 대표팀 주축 골잡이긴 해도 소속 팀을 찾지 못해 경기력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황재원은 지난해 2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도중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을 떠난 뒤 13개월 만에 재발탁됐다.
허 감독은 28일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둘을 선발 출전시켜 이근호는 79분, 황재원은 풀타임을 뛰게 했다.
이근호는 기성용(20.서울)이 얻은 페널티킥을 차 넣어 결승골을 뽑긴 했어도 수 차례 결정적 득점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황재원은 대표팀 복귀전에서 헤딩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줬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들을 신뢰하며 '기 살리기'에 신경썼다.
이라크전 페널티킥은 이근호에게 차라고 지시를 내렸다. 황재원에 대해서는 북한전 기용 여부를 묻자 "지금 컨디션을 보면 황재원과 강민수(22.제주)가 제일 낫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근호는 "북한과 경기에서는 필드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원도 "이라크전의 실수를 자세히 검토해 출전 기회가 오면 만회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무승부 징크스 '이번엔'
한국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5승7무1패로 북한에 앞서 있다.
하지만 2005년 8월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0-0 무승부)부터는 내리 다섯 경기 연속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나서 지난해에만 북한과 무려 네 차례나 맞붙어 모두 비겼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정대세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두 차례 격돌에서는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각각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해 9월 치른 최종예선 1차전에서는 홍영조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기성용의 A매치 데뷔골로 힘겹게 균형을 맞췄다.
조 선두 북한으로서는 이번 대결이 원정경기인 만큼 승점을 나눠 가져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꼭 이겨야 남은 일정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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