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구 변화, 시대가 보인다!

입력 2009.04.04 (08:29)

수정 2009.04.04 (08:35)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출범 이후 줄곧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사랑받아 온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의 변화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바뀌어온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구장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18.44m 거리에 시구하는 영광을 누가 누리느냐는 곧 그 시대의 권력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풍향계가 됐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시구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부터 실세 장관, 연예인, 스포츠스타, 일반 야구팬까지 시구자들은 우리 사회와 함께 변해왔다.
◇1980년대 대통령과 장관, 시장 시구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시구자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권력의 절정에 올라 있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었다.
전 당시 대통령은 지금은 철거된 동대문운동장에서 프로야구 첫 경기로 열린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이듬해에는 이원경 체육부장관이 시구하는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구자들은 체육부 장관이거나 구장이 위치한 지역의 광역단체장, 구단주, 언론사 사장 등 사회 권력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1년이 지난 뒤인 1989년에서야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당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영화배우 강수연이 광주구장에서 시구했다.
또 같은 해 잠실구장에서는 OB 베어스의 성인회원 1호였던 이국신 씨가 처음으로 시구하는 등 사회 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연예인과 일반인 등도 시구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대 이후 연예인이 대세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1990년대 중반 대중의 관심이 정치에서 대중문화로 옮겨 가자 연예인들이 단골 시구자가 됐다.
1990년대 초반에도 여전히 시장이나 체육부 장관 등은 개막전 시구자로 얼굴을 내밀었으나 구단들도 팬들의 구미에 발맞춰 그 시대 최고의 인기스타를 찾게 된 것이다.
1996년 탤런트 채시라를 시작으로 영화배우 한석규와 탤런트 김수미(1998년), 영화배우 최민식(1999년) 등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가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주인공이 됐다.
또 2000년대 들어서도 개그맨 이휘재와 탤런트 이나영(2000년), 가수 엄정화, 탤런트 김원희(2003년), 가수 비, 방송인 김제동(2004년), 영화배우 이미연, 개그맨 정준하(2005년), 영화배우 정준호(2006년), 영화배우 이화선(2008년) 등 거의 매년 시구자 명단에 연예인이 들어가고 있다.
다른 종목 스포츠 스타들이 시구자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하인스 워드가 2006년 미국 프로 풋볼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MVP로 선정되고 나서 그 해 4월 한국을 찾아 시구하는 등 스포츠 스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딴 안상미부터 대구상고 야구선수 장준관(1999년), 체조선수 이주형(2001년), 전 OB 투수 박철순(2002년), 전 삼미 투수 감사용(2004년), 농구선수 김승현(2005년) 등이 개막전을 빛냈다.
대통령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이 13년 만인 1995년 LG-삼성 잠실 개막전 시구에 나섰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시인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으로 잠실구장에서 시구했다.
◇일반인도 시구자로 나서
시대가 달라지면서 일반 야구팬들도 심심찮게 시구자로 나왔다.
1989년 OB 베어스 성인회원 1호 이국신 씨를 시작으로 1994년에는 우수연 어린이가 프로야구 개막을 알렸다.
특히 2001년에는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해외 입양아 애덤 킹이 마운드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전하면서 시구가 더는 정치인이나 시장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2007년에는 현대 김시진 감독과 팬클럽 회장, 어린이 회원대표가 함께 시구를 했으며 지난해에는 소원초등학교 의항분교 안길성 어린이가 한화-롯데 대전구장 개막전 시구자였다.
한편 4일 열린 2009시즌 개막전 시구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허남식 부산시장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서 인기를 누리는 중국 출신 유학생 인동링 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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