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적’ 노조 설립 추진, 그 이유는?

입력 2009.04.28 (16:06)

수정 2009.04.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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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열기를 등에 업고 힘차게 출발한 올해 프로야구가 시즌 초반부터 풍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회장 손민한)가 28일 시즌 도중 선수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각 구단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수협회는 구단별로 2명씩 노조 설립 추진위원을 뽑았고 추진위 회의와 임시 대의원총회를 거친 뒤 선수협회 사무국과 법률지원단이 빠른 시일 안에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선수 노조를 둘러싼 '시기와 여론'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선수 노조가 있고, 국내 프로야구라고 노조를 만들지 말란 법은 없지만 과연 시즌 도중에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는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협회는 이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민한(롯데) 회장은 지난달 12일 KBO 총재 앞으로 선수 권익과 관련한 제도 개선 요구안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제재와 탄압이 있더라도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야구계 안팎에서는 선수협회의 이날 기자회견이 '돌발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한창 열기가 불붙을 시즌 초반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KBO와 구단들을 '노조 카드'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KBO가 요구사항을 들어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가정 자체가 우습지만 파트너십이 담보된다면 선수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유영구 신임 총재가 들어온 KBO가 현재 사무총장 교체 시점을 맞아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물론 선수협회는 "KBO 사무총장 인선과 노조 설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론의 향배는 결국 프로야구의 주체인 선수와 팬들이 쥐고 있다.
선수들은 이날 회견 내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 김동주는 "2000년 선수협의회 창설 때처럼 선수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즌 중이니까 일이 시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단들은 '당장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입을 답았다. KBO도 30일 이사회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선수협회가 갑자기 '일'을 벌인 것은 그동안 KBO와 사이에 쌓여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시형 사무총장은 지난달 17일 WBC 한일전 당시 자신이 일본프로야구 선수협회 사무총장과 함께 시구를 했는데 KBO 이상일 총괄본부장이 방송사에 연락을 해 시구 장면이 방영되지 않도록 했다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본부장이 '선수협회 사무총장의 시구는 잘못됐다'는 말까지 하도록 방송 해설자들에게 요구했다면서 KBO측 해명이 없다면 국제야구연맹(IBAF)에 시구 방해 사건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선수협회는 또 KBO가 WBC 상금을 제대로 분배했는지, 경비를 얼마나 썼는지 정확히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협회 사무국이 KBO에 갖고 있는 적대감이 한도를 넘어서면서 노조 설립 선언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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