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400m 2연패, 최강자 입증!”

입력 2009.07.24 (09:55)

수정 2009.07.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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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20.단국대)이 마침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2회 연속 우승을 목표로 출발대 위에 선다.
박태환은 26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 메인 풀에서 열릴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경기에 나선다. 예선을 통과하면 결승은 27일 오전 열린다.
박태환은 2007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 이 종목 세계 최강자임을 다시 확인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를 시작으로 자유형 200m와 1,500m에 차례로 출전한다.
자유형 200m에서는 멜버른 대회 동메달,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땄고 1,500m에서는 두 대회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태환의 목표는 일단 세 종목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자유형 400m에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데다 무엇보다 정상 자리를 지켜야 하는 처지라 부담이 크다.
◇장린을 넘어서라
자유형 400m 정상 지키기의 가장 큰 적은 공교롭게도 박태환과 함께 아시아 수영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린(중국)이다.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거둔 최고기록을 바탕으로 세계수영연맹(FINA)이 매긴 2009년 세계 랭킹에서 자유형 400m 1위는 장린이다.
장린은 지난 4월 열린 중국선수권대회에서 3분42초63을 기록했다. 박태환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아시아 최고기록(3분41초86)에 0.77초 모자란다.
장린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 못지않은 막판 스퍼트를 보여줬지만 결국 0.58초 차로 2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올해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자넷에반스 인비테이셔널대회 예선에서 세운 3분50초27이다.
물론 이 대회는 박태환이 장거리에 중점을 두고 실시한 미국 전지훈련 중 훈련성과를 점검하려고 올해 유일하게 출전한 공식대회라 기록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올해 장린의 최고 기록보다 7초 넘게 뒤지는 성적이다. FINA가 산출한 올해 세계랭킹에서는 44위에 해당한다.
장린 외에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우사마 멜룰리(튀니지)를 비롯해 피터 밴더케이(미국) 등 기존 장거리 강자들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적수들이다.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들만큼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은퇴한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가 7년 전 작성한 3분40초08의 세계 기록이 이번 대회에서 과연 새로 쓰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금빛 레이스 전략 '이번에는'
박태환은 2007년 멜버른 세계 대회에서 마지막 50m 지점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 역전승을 거뒀다.
350m 지점까지 박태환은 4위였다. 그리고 어린 동양 선수가 갑자기 치고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남은 50m에서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치고 마지막에 웃었다.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높이 평가할 만큼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는 빼어나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는 막판 스퍼트를 경계했던 맞수들의 허를 찔렀다.
당시 박태환의 추진엔진은 일찍 최대 출력에 이르렀다.
레이스 초반부터 무리하지는 않았지만 100m 지점을 돌고 15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조금 속력을 붙였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한 노림수였다. 상대가 따라오지 못하자 박태환은 승부수를 띄웠다. 힘을 가득 실어 팔을 젓고 다리를 차면서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전날 박태환은 노민상 감독과 작전 회의를 하면서 200m 지점까지 상대와 거의 비슷하게 나가다가 기회를 봐서 튀어나가는 전략을 짰는데 실전에서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레이스 운영 능력은 박태환의 강점이다. 노 감독은 이번 대회 전략에 대해 "예선을 치러보고 작전을 세우겠다"며 말을 아껴왔다.
과연 어떤 작전으로 세계를 다시 호령할지 지켜볼 만한다.
◇야외 수영장이 변수
이번 대회가 열리는 포로 이탈리코 메인 풀은 박태환에게는 익숙지 않은 야외 수영장이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당시 수영 경기가 치러진 아쿠아틱센터는 야외 수영장이다.
박태환은 이듬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장드라포 공원 야외 수영장에서 헤엄쳤다. 고등학생이었던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9초70의 당시 한국 최고 기록으로 전체 출전자 95명 가운데 20위를 차지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민상 감독은 "아무래도 실내보다는 체력소모가 많고 피로가 더할 수밖에 없다. 야외 수영장이 일반적인 유럽 선수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불리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결승이 열릴 현지시각 오후 6시 이후에는 바람도 세져 더욱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박태환은 올해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6주씩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USC 수영장이 야외수영장이라 로마 세계대회를 준비하던 박태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박태환은 경영 대표팀 선수들보다 이틀 먼저인 17일 출국해 현지 적응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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