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전문가 진단

입력 2009.08.04 (10:48)

수정 2009.08.04 (11:02)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에 전문가들은 한반도와 주변의 대립구도가 대화구도로 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은 지금의 강대 강의 북미간 대결구도를 대화로 전환시킬 수있는 빅 이벤트다. 단순히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오는 문제를 넘어서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전반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클린턴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대통령 신분은 아니지만 약속 9년만에 방북이 실현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는 것은 북미간 직접 대화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테이프를 끊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자 문제는 클린턴 방북전에 이미 접점을 찾아놓은 상황일 것이므로 곧바로 해결될 것이다.
클린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이고 당연히 여기자 문제를 얘기하겠지만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서신이나 구두 메시지를 통해 핵문제의 획기적 해법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클린턴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면 북한으로서는 그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클린턴이 지난 94년 카터 방북때처럼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한편 클린턴이 아리랑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북한 체제 인정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북미관계가 대화로 가는 속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북미관계가 풀리면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지만 북한은 단기적으론 통미봉남으로 가거나 지금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계속 남북관계 상황을 경색구도로 둘 수는 없다. 북한에 억류된 유모씨 문제나 어선 문제도 머지 않은 시점에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미관계의 흐름을 반영, 기존 대북접근에서 전환된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관계를 강대 강과 경색국면으로부터 풀어나갈 수 있는 획기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간도 어떤 전제없이 통큰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 즉 포괄적 패키지에 관한 대통령의 제안이 있을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유모씨, 어선 문제 등 남북관계에 긴장을 불러 일으킨 현안들을 전반적으로 해소하고 식량과 비료지원,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 금강산 관광 등을 남북이 포괄적으로 패키지 딜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클린턴 방북은 제1차 북핵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비견되는 동시에 그것을 그것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치고 받으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국면에서 벗어나 대화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카터가 방북했던 시절과는 맥락에서 좀 차이가 있다. 1993년도에는 미국이 영변을 폭격할 것이냐 말 것이냐 위기가 아주 고조되던 상황에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카터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성과를 낸 것이다. 이번엔 미국 정부가 제재와 압력이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를 본격 해결하는 방법은 대화와 협상밖에 없다는 식으로 인식 전환을 다시 한번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특사를 보낸 것이어서 훨씬 성과를 내기에 유리하다.
또 북미관계에서 카터와 클린턴의 위상에서도 차이가 난다. 클린턴은 북한과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대통령이다. 특히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는 핵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고,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는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합의였다.
그런 객관적 위상을 가진 대통령을 북한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북한이 선물을 주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클린턴이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안을 갖고 방북하는데 북한이 "우리는 우리식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클린턴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핵을 없애야 된다는 등의 얘기를 할 것을 알면서도 북한이 받아들였다는 것은 북한이 그 문제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미관계는 부시 정부 8년, 오바마 정부 초기의 혼란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예전 빌 클린턴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는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클린턴이 말했던 것은, 북한 핵문제도 해결하지만 북한 문제 자체, 한반도 문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이런 것들이 모두 다뤄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게 소위 포괄적 주고 받기이다.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양자회담이 시작될 수 있다.
클린턴은 김정일을 만나 아주 포괄적으로 문제를 논의하고 서로 관심사를 얘기할 것이다. 북한 얘기를 자세히 오바마 대통령한테 전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큰틀에서 김정일에게 전달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함께 미국을 압박해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미국과 협력해서 북미간 적극적 협상과 대화가 성과를 내기를 도우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이번 문제해결 패턴은 과거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1993-4년에도 어려운 시절에 김일성이 핵을 동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서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었다. 98년에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쏘고도 김정일이 시험발사를 유예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서 조명록고 올브라이트가 만났다.
이번에는 여기자 문제를 해결하러 클린턴이 가게 됐는데 김정일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이행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다시 북핵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로선 클린턴의 역할이 협상에 있기보다는 인질을 데리고 나오고 북한의 의견을 듣는 차원이다. 이미 얘기가 나온 포괄적인 대북 접근안을 중심으로 해서 김정일이 클린턴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문제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칩이 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은 미국이 얘기하려는 내용을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 = 미국이 클린턴의 방북을 북한이 거부하는 6자회담과 직접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연계시킬 경우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미 국무부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클린턴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방북을 계기로 인도적 지원, 북미간 교류협력 강화 등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의 조선교향악단의 방미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북한 학자들의 방미 같은 것들도 8월달부터 9월초 사이에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9월에는 본격적으로 미국 국무부 차원에서 북한을 6자회담에 참여시키기 위한 당국자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아마 처음부터 6자회담 틀을 복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처음엔 북미 당국자 회담 형태로 시작할 듯하다.
중요한 것은 클린턴이 어떤 임무를 띠었느냐 하는 것인데,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클린턴의 영향력이 있고 힐러리 국무장관 남편이기도 한 전직 대통령이다. 그는 큰 틀에서의 북한의 요구들을 다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현 수준에서 자신들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을 클린턴에게 내놓을 것이고, 클린턴은 미국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포괄적 패키지 내용을 제시할 것이다. 아마 이는 사전탐색전이 될 것이고, 이후 북미 당국자 회담이 이뤄질 때 빠른 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 당국자간에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 바로 회담을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클린턴이 가게 되면 그런 부담이 덜하다. 북미 당국자간 회담에 앞서 북미간 솔직한 의사 교환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다만 북미 모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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