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작전’ 방불케한 클린턴 방북

입력 2009.08.04 (15:50)

전격적으로 이뤄진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9시 넘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외교통상부의 주요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북문제를 담당하는 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답했고 북핵문제에 정통한 당국자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아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한미관계를 담당하는 실무자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서기관은 "이번 주 중 미국에서 움직임이 있을 분위기라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단지 한미관계의 핵심라인에 있는 소수의 정부 고위당국자들만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현 단계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정도의 답변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정부 고위당국자들 가운데서도 극소수만 사전에 인지한 가운데 신속하게 추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여기자 석방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언급한 이후 외교가에서는 미국 고위인사가 머지않아 북한을 방문해 억류 여기자들을 데리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오바마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미국 측의 사과 및 재발방지 표명, 법체계 인정 및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전직 대통령의 특사 파견 등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까지도 여기자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로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거론됐지만 고어 전 부통령이 가장 유력한 분위기였다.
북.미 현안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이와 관련, "북.미가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사면 형식으로 (미국 여기자를) 풀어준다는 형식에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 같다"며 "이제 누가 들어갈지 부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 중인데 분명한 것은 정부의 고위인사보다는 전직이나 정계 인사를 보내게 될 것"이라면서도 '고어 전 부통령이 방북하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따라서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해 지속했던 북.미간 접촉에서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나서 지난 주말 사이 전격적으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늘 방북은 우리 정부에서도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이 소수에 그친다"면서 "이 같은 정황이나 미국에서 직접 평양으로 들어가는 이례적인 방북 경로 등으로 미뤄볼 때 극비리에 전광석화처럼 추진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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