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미없는 ‘실리축구’ 제왕

입력 2010.06.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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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B조 1차전에서 한국과 맞붙는 그리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리 축구의 제왕’이다.



이번 월드컵을 대비한 그리스의 전술과 전략은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때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스는 당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유기적 호흡을 바탕으로 한 `벌떼 수비’로 강호들의 고유 전력을 무력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비에서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상황에 맞게 복합적으로 구사해 상대의 공세를 틀어막으면서 빠른 공격전환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지 않는 축구’ 또는 `이기기만 하면 되는 축구’가 바로 현대축구라는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의 소신은 결국 유로2004 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



그런 기조는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져 그리스는 12경기 가운데 5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그리스는 최근 가장 비중이 큰 경기였던 작년 11월 유럽예선 우크라이나와 플레이오프에서 실리축구의 진수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상대 인내심을 시험하듯 질식수비 끝에 1차전을 0-0으로 비겼고 2차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다가 후반에 골을 터뜨려 본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도 재미없는 축구를 하고 싶냐’는 우크라이나 취재진의 질문에 레하겔 감독은 "우리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변변한 공격수가 없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5명이 포진하는 수비라인에 미드필더들까지 가세하는 벌떼 수비를 구상하고 있으며 긴 패스와 장신을 활용한 역습으로 승리를 낚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훈련장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리스는 한국과 조별리그 1차전이 사실상 월드컵의 성패를 가른다고 보고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있다.



레하겔 감독은 세대교체를 위한 기대주를 배제하고 자신의 실리축구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베테랑들을 각 포지션에 고루 포진시켰다.



강력한 중거리 슈팅과 정교한 프리킥을 구사하는 전담키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 탄탄한 체력과 장신으로 상대 공격수를 옥죄는 수비수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는 미드필드와 중앙 수비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로 공수에 윤활유를 칠 준비를 마쳤고, 유로2004 4강전과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장신 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도 축구화 끈을 조이고 있다.



유로2004 시절의 멤버가 아니고 상대적으로 나중에 합류했지만 이미 뿌리내린 실리축구에 동화한 선수들도 많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득점왕(10골)이 된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 드리블과 패스가 탁월한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 스피드가 폭발적인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 등은 주전이 된 지 오래다.



그리스는 월드컵이 이번이 겨우 두 번째라는 심리적인 약점이 있다.



첫 출전이던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고 10골을 얻어맞은 채 보따리를 쌌기 때문에 혹시나 치욕이 재연될까 불안해하는 면도 안팎에서 노출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나오면 선수들은 일부러 사실을 외면하며 발끈한다.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시에나)는 "우리가 월드컵을 한 차례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나 똑같다"며 "유럽의 수준은 세계 정상이며 우리는 유로2004를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건으로서 유로2008에 나갔지만 그 때 그리스는 조별리그에서 꼴찌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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