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올스타전 ‘초라한 축구잔치’

입력 2010.08.04 (22:36)

수정 2010.08.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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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던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경기가 마침내 예정대로 열렸지만 한여름밤 축구잔치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메시의 출전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던 올스타전은 대량 환불 소동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간밤의 '극적 타결'로 무사히 진행됐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6시. '바르샤' 유니폼을 팬들은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장 바깥에서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웠다.



어머니의 손을 끌고 잰걸음으로 경기장을 향하는 꼬마 임희수(11)군은 굳이 긴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메시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군은 "메시가 다시 나온다고 해서 정말 좋다. 바르셀로나가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매표소 근처 벤치에서 만난 채상일(29)씨는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지만 메시가 안 나와도 상관없다. 우리는 바르셀로나팀을 보러 온 것이지 메시 한 명만 보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팬 1만 1천 명을 보유한 다음 카페 'FC바르셀로나 팬클럽' 운영자인 그는 "이번 방한 경기를 놓고 여론이 좋지 않다며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염려스럽다"고 덧붙이며 골수팬다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장 안 사정은 바깥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휘슬이 울리고 그라운드는 달아올랐지만 경기장 모서리 자리들은 주인 없이 텅 비어있었다.



집계 결과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총 3만 2천여 명.



모두 6만 4천 장의 티켓이 준비됐지만 절반밖에 팔리지 않았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2006년 첫 방한 경기였던 FC바르셀로나-수원 삼성 경기 때 총 4만여 명이 찾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K-리그와 J-리그 올스타가 맞붙은 경기를 찾은 관중은 3만 9천여 명.



이번 올스타전 흥행성적은 참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느 대회와 비교했을 때 분명 초라했다.



FC바르셀로나는 오늘 새벽 "다시 메시를 출전시키겠다"는 번복 보도자료까지 내며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호화군단의 무례에 실망한 축구팬들은 발길을 돌렸다.



전반 29분. 약속대로 그라운드에 오른 메시는 전반 35분과 45분에 그림 같은 슛을 성공하며 그나마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달랬다.



후반전에서도 양팀 선수들은 박진감 있는 플레이와 함께 서로 여러 골을 주고받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자취를 감춘 메시와 함께 일부 관중들도 자리를 뜨고 일어나는 모습이 군데군데 엿보였다.



진행 과정의 미숙함으로 인해 팬들이 입은 상처와 그로 인한 비난 여론도, 관중몰이 실패에 따른 부담도 모두 이 경기를 준비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주)스포츠앤스토리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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