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도하 굴욕 털고 결초보은”

입력 2010.09.09 (21:45)

수정 2010.09.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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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자신을 생각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선·후배들에게 제가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용규(25)가 시즌 종료를 앞두고 '결초보은'을 선언하며 스파이크 끈을 다시 조여맸다.

이용규는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치러진 넥센과 원정경기에서 1-2로 뒤진 4회 주자 둘을 불러들이는 역전 적시타를 때리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1사 만루 위기를 맞은 넥센 김시진(52) 감독은 이용규가 타석에 오르자 왼손투수 오재영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최근 절정의 타격 감각을 자랑하는 이용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용규는 오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중간으로 정확히 떨어지는 결승타를 때려냈다.

이용규는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고, 이전 경기에도 초구에 방망이를 많이 휘둘렀기 때문에 직구는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노린 대로 슬라이더가 들어와 잘 맞힐 수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에서 느껴지듯 이용규는 최근 경기에서 노림수와 타격 기술, 체력 모두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7일 한화와 군산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3득점을 올리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다했고, 8일에는 1, 2, 3루타를 돌아가며 쳤다. 사이클 히트에 홈런만 모자란 맹타였다.

공교롭게도 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선발된 직후부터 다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용규는 "아무래도 대표로 뽑히면서 마음가짐이 더 단단해진 면도 있는 것 같다. 또 발꿈치가 아파 3~4일 휴식을 취한 직후라 체력이 올라와 방망이 스피드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2타점을 더하면서 올해 중반 목표로 세웠던 50타점을 달성한 이용규는 이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끄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이용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선배들 덕택에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그때 '앞으로도 은퇴하기 전까지 언제든 대표팀에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마침 이용규는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도 대표 선수로 출전한 적이 있다. 당시 대표팀은 정예 선수를 꾸리고도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일본에 지며 '도하의 굴욕'을 맛봤다.

이번 대회는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용규는 "개인적인 아쉬움과 욕심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 자신을 생각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선·후배들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아시안게임은 한 경기의 승패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된다. 투수력과 수비가 중요한 싸움인 만큼 공격 때에는 최대한 출루해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수비 때에는 실책 없이 집중하는 것이 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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