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강혁을 스타팅에 넣었습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8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규리그에서 KT를 상대로 1,2쿼터에 밀리는 경기를 하는 바람에 늘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유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강혁이 초반 분위기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서울 삼성에서 전자랜드로 이적한 슈팅가드 강혁(36)은 올해로 플레이오프에 9년 연속 개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서장훈(LG)이 2008-2009시즌까지 기록한 프로농구 최다인 1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에 한 시즌만 남길 정도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다.
유 감독의 기대대로 강혁은 KT의 주득점원 조성민을 3쿼터까지 2점에 틀어막는 등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제 몫을 해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연장전 막판이었다.
77-73으로 앞선 경기 종료 1분34초를 남기고 문태종에게 정확한 어시스트를 배달해 점수 차를 벌렸고 KT가 찰스 로드의 덩크슛으로 추격하자 이어진 공격에서 다시 문태종과 호흡을 맞춰 도움 1개를 추가했다.
전자랜드는 고비 때 ‘강혁-문태종’의 2대2 플레이로 이어지는 득점 루트로 KT를 따돌리며 81-79로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7점, 7어시스트, 6리바운드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강혁의 존재는 지금까지 단기전에 약한 모습을 보인 전자랜드를 탈바꿈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도훈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강혁이 조성민을 잘 막아줘 큰 힘이 됐다"며 베테랑의 활약을 칭찬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전창진 KT 감독이 "그동안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약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했지만 정작 단기전에서 힘을 쓰지 못하기는 전자랜드가 더 심했다.
전자랜드는 전신인 대우, 신세기, SK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9차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지만 시리즈 전적이 1승8패에 불과하다.
2003-2004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2승1패로 힘겹게 따돌린 것 외에는 한 번도 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한 적이 없는 팀이 바로 전자랜드다.
그러나 올해 강혁이 가세한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 첫 단추를 잘 끼우며 팀 사상 두 번째 단기전 승리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