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와 배구계는 14일 프로스포츠 승부·경기 조작과 관련한 대구지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리고 사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지검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 남녀 프로배구 선수 16명, 프로야구 선수 2명, 브로커와 전주(錢主) 등 총 31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15명을 구속기소(상무 소속 4명 포함)하고 1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검찰의 수사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기 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속속 등장해 충격에 빠졌던 야구·배구계는 추가 연루자 없이 35일 만에 수사가 일단락되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포스트시즌(프로배구), 정규리그 개막(프로야구)을 앞둔 상황에서 파문이 확대되지 않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검찰은 프로배구에서 2009-2010 시즌부터 2년간 총 18차례, 프로야구에서는 지난해 다섯 차례 경기 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기소된 선수들은 브로커의 꾐에 빠져 조작에 가담한 대가로 경기당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및 브로커와 짜고 경기 조작의 '꼭두각시'로 활약하며 가욋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은 분노했다.
정규리그 진행 중 돌발 변수를 만난 한국배구연맹(KOVO)은 경기 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에게 영구 제명 또는 일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진화에 나섰다.
프로야구도 사건에 가담한 투수 두 명에 대해 일시적으로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진상 파악에 주력했다.
야구·배구계는 조만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런 사태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 조작에 절대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선수들 사이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래 배구연맹 홍보팀장은 "앞으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도박 근절 교육, 경기 조작 자진신고 센터 운영 등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전날 이사회에서 경기조작 등 스포츠 부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신고자에 대한 포상 및 처벌 감면제 도입 ▲예방 교육 및 자정 활동 강화 등 4대 항목을 의결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역 사법기관의 협조를 받아 부정행위를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배구연맹도 남녀 12개 구단 선수와 구단 관계자가 모두 모인 가운데 자정 결의대회를 열고 윤리 교육과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KBO와 배구연맹은 이날 검찰에 기소된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놓고 '온도차'를 나타냈다.
양 사무총장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4명의 선수를 영구 제명하고, 세 명을 일시 자격 정지시킨 배구연맹은 법원의 결정과는 별도로 내주 중 상벌위원회를 열어 기소된 선수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김 팀장은 "선수들이 검찰에 출두해 혐의를 인정했고, 그 결과 기소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일시 자격 정지된 선수를 포함해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