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쑨양 라이벌 구도 ‘점입가경’

입력 2012.07.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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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을 다투는 런던올림픽의 대표 맞수인 박태환(23)과 쑨양(21·중국)의 라이벌 구도가 점입가경이다.

오심으로 빛이 바랜 자유형 400m 첫 대결을 뒤로하고 같은 조건에서 맞붙은 200m에서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명승부를 펼쳐 두 나라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박태환은 30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으로 1분43초14를 기록한 야닉 아넬(프랑스)에 이어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놀랍게도 쑨양은 1분44초93의 같은 기록으로 박태환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수영 경기에서 100분의 1초까지 따져도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공동 메달을 수상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고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 무대에서 '사연 많은' 대표 라이벌이 동시에 터치패드를 찍어 시상대에 함께 오르는 장면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 수영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최국 중국의 기대주로 다관왕을 노리던 쑨양은 당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박태환에 밀려 주종목인 1,500m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쑨양은 당시 200m를 2위로 들어온 뒤 "박태환과 엄청난 실력 차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1년 동안 절차탁마의 수양을 쌓은 쑨양은 지난해 4월 중국춘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기록을 깼지만 정작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박태환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쑨양은 자유형 1,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박태환과 함께 중장거리 자유형을 양분하는 라이벌로 우뚝 섰다.

대등한 맞수로 어깨를 나란히 한두 사람에게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쑨양은 이번 대회 개막 전에 "박태환은 나의 우상이지만 두렵지는 않다"며 400m까지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선언했다.

개막 첫날 벌어진 자유형 400m에서의 승부는 두 사람의 진짜 실력보다는 엉뚱한 오심의 영향으로 가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억울하게 실격됐다가 결승 4시간을 앞두고 겨우 판정이 번복되는 난리를 치렀다.

그 바람에 박태환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승대결에 나서 쑨양에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쑨양과의 재대결을 펼쳤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인 쑨양과 같이 시상대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라이벌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은 8월 3~4일 예선과 결승 경기가 펼쳐지는 1,500m에서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박태환이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인 쑨양의 벽을 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 자극제가 되어 끊임없이 실력을 키워온 박태환과 쑨양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채 명승부를 펼치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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