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꾸려졌을 때 타선과 투수력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이대호(오릭스),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이 버틴 타선은 역대 최강급으로 여겨지며 큰 기대를 받았다.
반면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주축 투수들이 빠진 마운드에 대해서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사정은 정반대가 됐다.
걱정했던 투수진이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타선은 침묵을 이어가며 불안감을 안겼다.
대표팀은 지난달 12일 대만으로 건너가 28일까지 총 여섯 차례 실전을 치렀다.
한국 프로팀 NC 다이노스와 네 차례 맞붙어 2승2패를 거뒀고 대만 군인선발팀(0-1 패)·실업선발팀(2-2 무승부)과의 공식 연습경기에서는 1무1패를 기록했다.
2승1무3패라는 결과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내용이다.
한국은 여섯 경기에서 13점을 뽑고 9점을 내줬다.
새 시즌을 대비해 몸을 만들어가는 시기에 실전에 투입된 투수진은 비교적 호투했다.
제1선발감인 에이스 윤석민(KIA)은 두 경기에서 총 6이닝을 던져 7안타를 얻어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서재응(KIA)은 세 경기에 등판해 6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역시 실점하지 않았다.
장원삼(삼성)이 4이닝 3안타 1실점(비자책), 장원준(경찰야구단)이 5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투수들은 나름대로 제 몫을 해줬다.
이에 반해 타자들의 방망이는 경기당 2점 정도를 뽑는데 그치며 기대를 밑돌았다.
NC와의 1차전, 대만 군인선발팀과 연습경기에서는 0-1로 영봉패의 수모를 당했다.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뽑은 것은 지난달 20일 치른 NC와 두 번째 평가전(6-2 승)이었다.
중심타선의 김현수(두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방망이가 무거웠다. 김현수는 6경기에서 20타수 9안타를 쳤다.
김태균도 16타수 5안타로 3할 이상은 해냈지만 타점은 하나뿐이었다.
붙박이 4번 타자 이대호는 지난달 24일 NC와 평가전(4-1 승)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기도 했지만 6경기 동안 24타수 4안타에 그쳤다.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경기도 세 차례나 된다. 이승엽도 19타수 5안타로 아직 정상적인 타격감은 보여주지 못했다.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SK)는 20타수 2안타로 부진의 골이 깊었다.
어깨를 다쳤던 이용규(KIA)가 14타수 4안타, 볼넷 2개를 얻어내며 회복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공격 연결을 매끄럽게 해줘야 할 하위 타선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3루수 최정(SK)과 유격수 강정호(넥센)는 각각 13타수 1안타, 14타수 1안타로 물러나 공격의 맥을 끊어놓았다. 주전 포수 강민호(롯데)도 13타수 3안타로 돌아섰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실전에 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