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른손 투수 송승준(33·롯데)이 벼랑 끝에 몰린 한국에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전하려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4일 타이완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1라운드 B조 2차전 선발 투수로 송승준을 예고했다.
호주전 선발은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전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지면서 자칫 첫 라운드에 탈락할 위기에 몰려 부담이 적지 않다.
3일 타이완이 네덜란드를 완파하면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호주전에서도 많은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날 바로 타이완과의 경기를 치르는 만큼 계투를 아끼려면 선발이 오랫동안 잘 던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명량 해전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처럼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이다.
조선 수군에 12척의 배가 있었다면, 송승준에게는 포크볼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생활을 청산하고 2007년 국내에 복귀한 송승준은 140㎞ 중·후반대의 공과 뚝 떨어지는 포크볼, 커브를 앞세워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송승준의 변화구가 2일 타이완전에서 왕젠민의 싱커에 고전한 호주 타자들에게 똑같이 먹혀든다면 승산이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송승준의 투지도 전장에 나서는 장수 못지않게 결연하다.
우선 태극마크가 주는 감회부터 남다르다.
2009년 제2회 WBC에서 대표팀 엔트리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삼킨 송승준은 이번 대회에 이용찬(두산)의 대체 선수로 합류 요청을 받자 두말하지 않고 달려왔다.
3일 연습에서도 "태극마크를 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가슴의 태극기에 먹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한 투지를 드러냈다.
송승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풀리그 쿠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5안타, 3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이끈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승리는 한국이 성인 국제대회에서 쿠바에 9년 만에 거둔 경사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송승준이 가슴 속의 투지를 불태우는 전력투구를 펼쳐 조국에 희망을 안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맞서는 호주는 23살의 유망주 라이언 설(시카고 컵스)을 한국전 선발로 내세웠다.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활약하는 오른손 투수 설은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아 실력이 베일에 가려진 선수다.
2007년 컵스 입단 당시에는 시속 145㎞ 전후의 직구에 커브를 잘 던져 유망주로 꼽혔다.
치밀한 분석이 이뤄지기 어려운 투수를 맞아 타격감이 떨어진 한국 타선이 얼마나 좋은 스윙을 보여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