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위기에서 빛날 경험 많은 '해결사들'을 믿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위기에서 4일 호주, 5일 타이완과 차례로 대결한다.
2일 네덜란드와 1차전(0-5 패)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터라 물러설 곳이 없어진 한국야구다. 호주, 타이완을 다 이겨놓아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국의 2라운드 진출 여부는 가려진다.
한국 야구팬들은 네덜란드전 완패에 크게 실망하면서도 4년 전의 '위대한 도전'을 돌아본다.
한국은 2009년 제2회 WBC 일본과의 2차전에서 '킬러' 김광현(SK)을 선발로 마운드에 올리고도 2-14, 7회 콜드게임패를 당해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바로 전열을 가다듬어 중국에 14-0,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이어 다시 만난 일본을 1-0으로 제압하고 조 1위로 2라운드에 올라 결국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금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 네덜란드전에서는 투·타에 걸쳐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대회 첫 경기라는 부담 탓인지 투수 노경은(두산), 주전 유격수 강정호(넥센) 등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은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전 완패의 더 큰 원인은 베테랑들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톱타자 정근우(SK)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쳐 공격의 물꼬를 터주지 못했다. 김태균(한화·4타수 1안타), 이대호(오릭스·3타수 무안타), 김현수(두산·3타수 1안타)가 버틴 중심 타선도 상대 투수들에게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이날 복병 브라질에 혼쭐나면서 대타로 나온 베테랑들의 활약 덕에 5-3으로 역전승한 A조 일본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본은 2-3으로 끌려가던 8회 1사 2루에서 대타 이바타 히로카즈(38·주니치)의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1사 만루에서는 주장 아베 신노스케(34·요미우리)의 날카로운 내야 땅볼로 결승점을 뽑았다. 아베도 무릎 통증으로 벤치를 지키다가 대타로 나왔다.
물론 한국 타선도 부활의 가능성은 봤다. 연습경기 내내 침묵했던 3루수 최정(SK)의 방망이가 3타수 2안타를 때리며 살아난 것은 큰 위안이 됐다.
또한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서 노릇을 톡톡히 해낸 이승엽에게도 기대가 크다.
네덜란드전에서는 상대 선발이 왼손 투수라 왼손잡이 이승엽이 대타 요원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호주전에서는 오른손 유망주 라이언 설(시카고 컵스)의 선발 등판이 예고돼 이승엽이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네덜란드전에서는 마운드에서도 강점으로 꼽힌 불펜진 운용이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정대현(SK), 오승환(삼성) 등 '필승조'의 구위는 여전했다.
0-4로 뒤진 7회 무사 2,3루에서 구원 등판한 정대현은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안드뤼 존스와 산더르 보하르츠를 내야 땅볼을 요리했다. 포수 송구 실책으로 1실점했지만 그의 위기 관리 능력은 돋보였다.
8회 1사 2,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도 묵직한 '돌직구'로 요나탄 스호프, 로저 베르나디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자존심을 지켰다.
이들 모두 반전을 노리는 한국야구의 든든한 버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