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의 2차전에서 승리해 기사회생한 한국 대표팀의 류중일(50·삼성) 감독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던 타선이 살아난 데 반색했다.
류 감독은 4일 타이완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침체된 타자들이 오늘을 계기로 살아났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4안타 빈공에 그친 한국은 이날 11개의 안타를 때리며 6득점, 모처럼 활발한 공격을 보였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초반에 찬스를 만들었고 김현수가 적시타를 치면서 공격에 활로를 뚫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투수 송승준이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았고 박희수, 노경은 등 그 뒤로 나오는 투수마다 잘 막으며 최고의 투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점수 차이를 더 벌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를 잡았으나 아직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류 감독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첫 게임에 져서 최악의 경우에는 2승1패를 거둬도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5일 먼저 열리는 네덜란드-호주 경기를 본 뒤 타이완을 큰 점수 차로 이길 작전을 짜겠다"고 밝혔다.
5일 마지막 경기에 한국과 타이완은 나란히 왼손 투수인 장원준과 양야오쉰을 선발로 예고했다.
류 감독은 "선발 후보를 5명 정도 추렸는데 그중 가장 볼끝이 좋다"면서 "타이완도 왼손 타자가 많다고 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왼손 투수에는 오른손 타자를 중용하던 기존의 라인업 구성 패턴에는 변화를 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류 감독은 "왼손과 오른손을 굳이 가를 것 없다"면서 "이승엽이 왼손 투수에게도 강한 만큼 상황을 봐서 라인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부진한 2루수 정근우를 두고는 "국내 최고의 2루수"라고 칭찬하며 "언젠가는 해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출전시킬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류 감독은 타이완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타이완의 홈이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잠실구장 등 3만 명 규모의 경기장에서 경기를 많이 치러 봤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감독은 "최선을 다해 타이완전에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