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무르시 축출’에 환영 속 분노·환멸도

입력 2013.07.04 (16:31)

수정 2013.07.04 (16:32)

시리아ㆍ사우디ㆍUAE 등 `환영' 입장 표명
카타르 공식반응 없어…수니파 성직자들 `분노'

이집트의 이슬람주의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가 집권 1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난 데 대해 주변 이슬람 국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무르시의 축출에 대한 아랍세계의 반응이 `환희'에서부터 `분노나 충격'까지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이 2년 이상 내전을 벌이는 시리아의 국영방송은 무르시의 축출 소식을 환영하는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무르시에 반대하는 이집트 시민이 운집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담은 생방송 영상을 내보내면서 `이집트의 축제'라는 자막을 달았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또 시리아 관영 신문인 `알 싸우라'가 4일 보도할 아사드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기사를 화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알 싸우라'와의 인터뷰 및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것은 이른바 정치적 이슬람주의의 몰락"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거나, 특정
분파의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자들은, 세상 어느 곳에 있던 몰락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무르시 정권과 아사드 정권의 관계는 지난 6월 중순 무르시가 카이로의 한 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 반군 지지 군중집회에 참석함으로써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무르시는 당시 이 집회에서 아사드 정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또한 이 집회에 참석한 수니파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도 시아파인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에 맞서 '성전(聖戰)'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는 수니파가 다수파이고 시아파가 소수파인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대체로 무르시의 축출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 국가는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장악이 자기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이집트 군부가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한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 소장에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축전을 보냈다.

압둘라 국왕은 또 축전에서 무르시 축출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도 "위대한 이집트 군부는 이집트의 수호자이며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무르시를 축출한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무르시의 가장 강력한 지원 국가였던 카타르는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카다르 국왕의 후원을 받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무르시의 축출을 `군부 쿠데타'로 규정지으면서도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WSJ는 전했다.

무르시 반대파들은 이전에는 알 자지라가 무르시와 무르시 동맹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수니파 이슬람 성직자이나 학자들의 다수는 무르시의 축출에 대한 환멸이나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

바레인의 수니파 성직자인 아메드 알 후세이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집트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거짓이며, 선출된 대통령은 신화에 불과하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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