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시위서 군부 개입까지…이집트 뒤흔든 나흘

입력 2013.07.04 (17:43)

수정 2013.07.04 (17:43)

이집트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는 결국 나흘 만에 군부가 나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지난 4일 동안 시위대의 대통령 퇴진요구, 대통령 반대자·지지자 간 충돌, 군부의 최후통첩,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 거부 등이 연거푸 벌어지며 이집트 전체가 숨 가쁘게 움직였다.

무르시 대통령 축출의 시발점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야권과 시민단체 주축으로 구성된 '타마로드'(반란)는 2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당시의 핵심 장소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만 50만명이 참가한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이곳뿐 아니라 카이로 북부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대통령궁 주변, 이집트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 나일 델타 지역의 메누프·마할라, 운하 도시 수에즈, 포트사이드, 무르시 대통령의 고향인 자가지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 규모는 수백만명으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당시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해 사상 최대인 것으로 군부는 파악했다.

타마로드는 무르시 불신임 서명에도 2천2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전체 인구가 8천5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¼이상이 서명한 셈이다.

반면 카이로 나스르시티 등에서는 무르시 지지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그 수가 2만5천여명에 불과해 세력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집트 남부 베니수에프주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고 약 40명이 다치는 등 이날 하루에만 시위 과정에서 7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했다.

무르시 대통령 측은 야권에 대화를 촉구했으나 타마로드는 그의 퇴진을 강조하며 응하지 않았다.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로 접어든 7월 1일, 반정부 시위대는 무르시의 정치적 지지기반이자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공격했다.

수십명의 시위대가 카이로 동부의 무슬림형제단 본부 건물에 화염병을 던졌고 충돌이 벌어져 8명이 숨졌다.

타마로드는 이날 무르시 대통령에게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임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관 5명이 집단으로 사임하면서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마침내 이날 오후 이집트 군부는 국영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개입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부는 "정치 세력은 48시간 이내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부의 발표에 무르시 대통령 측의 행보는 급해졌다.

무르시 대통령은 히샴 칸딜 총리와 함께 군부 최고 사령관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을 만났다고 설명하며 그가 엘 시시 장관 등과 함께 안락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무르시 대통령은 2일에도 엘 시시 국방장관 등과 회동했지만 외무장관과 대통령궁 대변인이 추가로 사임하는 등 정국 불안은 가중됐다.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는 다시 수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였고 이에 맞선 무르시 지지자들은 나스르시티에 모여들었다. 찬·반 시위대 사이의 충돌도 계속돼 이날도 최소 1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군부가 최후통첩 시한으로 밝힌 3일이 되자 상황은 극도로 긴박해졌다.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새벽 45분간 TV 연설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만큼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천명했다.

그는 이어 "헌법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며 군부에 무력개입 최후통첩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해온 시위대는 이 발언에 대해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성토했다. 타마로드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압델라지즈는 "무르시를 더는 이집트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날 오후 최후통첩 시간이 지나자 군부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군부는 우선 무르시 대통령과 일부 이슬람주의 지도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카이로 시내 국영방송사를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나스르시티와 카이로대 주변 및 주요 국가 시설에는 군 탱크와 병력을 배치했다.

엘 시시 국방장관은 오후 9시께 국영TV 생방송에 출연해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무르시 축출을 공식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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