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구하고 실종된 이병학 군 부모 오열

입력 2013.07.19 (08:16)

수정 2013.07.19 (08:18)

"구명조끼라도 입었을 줄 알고 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요"

18일 충남 태안 백사장해수욕장에 마련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이병학(17)군의 부모는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가슴이 미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병학이 친구들로부터 사고 당시 자초지종을 듣던 중 "우리를 구하려다 실종됐어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군의 부모는 "처음에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들이 무단이탈해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며 "평소 잘못 가르친 아비로서 선생님들께 종아리를 맞을 심정으로 왔지만, 결국 학교 측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격노했다.

이들은 "알고 보니 병학이와 친구 등 18∼20명이 교관 1명의 인솔에 따라 바다로 나갔다가 난 사고였다"며 "교관 지시에 따라 목까지 오는 높이의 바닷물에 아이들이 들어갔고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면서 이에 놀란 아이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는 학생들의 말을 전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살아 나온 아이들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아이들을 구해야 할 교관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깃발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할 뿐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때 병학이가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 갔다는 친구들의 목격담을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에게 교관이 쉬는 시간이니 바다에 나가 놀자고 제안했고, 아이들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놓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어떻게 수영도 못하는 교관이 학생 20여명을 깊은 바다에 몰아넣고 헤쳐 나오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구명조끼는 입혔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현장을 찾았는데 구명조끼도 몇 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병학이는 1남1녀 가운데 막내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교관은 아이 하나 구하지 않았다"며 "해경에 신고한 것도 사고가 난 지 30여분이 지난 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안전 불감증으로 가득한 사람 잡는 캠프였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사고가 난지 6시간이 넘었는데도 학교 측이나 해병대 캠프 업체, 해경에서 아무런 설명조차 없다"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지 얼굴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오후 5시 34분께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마련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진모(17)군 등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태안해경에 들어왔다.

해경과 해군은 헬기 3대와 함정 2척, 경비정 8척, 공기부양정 1척, 연안구조정 5대, 수중 수색대 등을 투입해 사고해역 인근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찾고 있다.

실종 학생들을 포함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은 전날부터 19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

해경은 캠프 교관들을 임의 동행해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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