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 광주시장 고발 파문

입력 2013.07.19 (16:45)

수정 2013.07.19 (16:46)

사상 초유의 사태…'대규모 문책' 불가피
검찰 수사에 따라 후폭풍…정부 초강수 배경도 관심

정부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국무총리 사인 등을 위조한 혐의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자치단체장이 국무총리 사인을 위조한 혐의로 고발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 강운태 시장 고발 '초강수'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관계자는 19일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선 광주시가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한 유치 의향서 중 정부의 재정 지원을 보증하는 서류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최광식 전 문체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오늘 저녁 최종 개최지 발표가 나면 유치 여부에 관계없이 광주시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FINA에 제출한 유치 의향서에 '한국 정부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재정지원을 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서류에 정부 승인 없이 당시 국무총리와 문체부 장관 사인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4월 FINA 현지실사단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위조된 서류를 발견, 곧바로 광주시에 고발 방침을 통보했다.

이후 광주시는 FINA에 최종 제출한 유치 계획서에서 위조된 정부 재정 서류를 파기하고 대신 뒤늦게 정부의 동의를 얻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지원문서로 대체했다.

광주시는 대회 유치 확정 때까지 고발을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개최지 결정을 하루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고발 방침을 언론에 확인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 '무모한' 광주시 왜 위조까지(?)

광주시는 정부의 이 같은 초강수에 대해 이날 오후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도시를 결정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개최지 결정이 이뤄진 직후인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께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운태 광주시장과 김윤석 유치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바르셀로나에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실무자'의 실수로 국무총리와 장관의 사인이 위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의 핵심 관계자는 "2015 U대회를 유치했던 팀이 수영대회 유치를 담당했다"며 "실무자 실수로 국무총리와 장관의 사인이 위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FINA에 PDF 파일로 제출한 유치의향서는 초안으로 '광주가 유치하면 정부가 특정금액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보증서에 실무직원이 김황식 총리 서명을 짜깁기한 의혹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를 곧 적발해 지난 4월 FINA 실사단이 왔을 때 제출한 유치의향서 중간본과 6월 17일 FINA에 제출한 최종본에는 정부 승인 내용대로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요지로 바꾸었다"고 말한 것
으로 전해졌다.

◇대대적 문책 불가피…윗선 지시·묵인 없이 가능할까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후폭풍도 예상된다.

우선 피고발인인 강 시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무총리의 사인을 위조한 '실무자'가 누구인지, 윗선과 교감이 없었는지, 사인을 위조한 이유 등이 밝혀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회 유치라는 욕심이 앞설 순 있었겠지만, 국무총리 사인 위조는 국가기관을 능멸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도 정당화된다'는 나쁜 선례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광주시는 검찰수사와 관계없이 강도 높은 자체 감찰을 실시해 국내는 물론 국제적 망신을 산 '공문서 위조'와 관련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도덕적·행정적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대대적이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벌써부터 인터넷상에는 관련 기사에 광주시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책임론이 시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치 결정 당일날 웬 날벼락이냐"

광주시 공무원들은 대회 개최지 결정을 몇 시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정부발(發)보도가 나오자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모 공무원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며 "다 된 밥에 재 뿌린 격이 되는 것 아니냐"고 대회 유치 차질을 걱정했다.

바르셀로나 현지에 파견된 광주시 유치 대표단 분위기도 급랭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 현지에 출장 간 모 언론사 기자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믿기지 않는 소식에 기자들도 멘붕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광주시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회 유치 당일 '공문서 위조'와 '강 시장 고발'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주는 등 초강수를 둔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 유관기관 관계자는 "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언론에 보도돼도 될 내용이 대회 개최지 결정 몇 시간을 앞두고 보도된 데 대해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 공무원은 "바르셀로나 현지에는 경쟁도시인 헝가리 수상이 득표활동을 하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잘잘못을 떠나 개최지 결정 당일 고발 운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광주만 외롭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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