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 야구’로 첫 정규리그 3연패

입력 2013.10.02 (22:20)

수정 2013.10.02 (22:23)

삼성 라이온즈가 잘 짜인 '시스템 야구'를 펼치며 프로야구 단일 시즌제 출범 이래 처음으로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9-2로 승리, 올 시즌 75승 2무 50패를 기록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삼성은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후기리그를 없애고 1989년 단일 시즌제를 도입한 이래 양대리그를 시행한 1999∼2000년을 제외하고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여태 없었다.

해태 타이거즈(1996∼1997년), 현대 유니콘스(2003∼2004년), SK 와이번스(2007∼2008년)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3년째에는 이루지 못했다.

2001∼2002년, 2005∼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연속 우승을 이뤄낸 삼성은 3년째에 그 꿈이 좌절됐으나 2011년부터 차분히 페넌트레이스 우승기를 차지한 끝에 마침내 올해 대기록에 도달했다.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는 삼성은 올 시즌 토종 투수의 활약에 주전과 후보 선수의 조화까지 곁들여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외국인 농사 흉작 속 토종 투수의 약진

삼성의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농사는 예년보다 흉작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3승 5패에 평균 자책점 4.4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 중반 팀을 떠났다.

로드리게스 대신 급하게 데려온 카리대(도미니카 공화국)도 1패와 평균 자책점 27.00으로 기대를 벗어나는 성적을 남긴 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그나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릭 밴덴헐크(7승 9패)도 10승을 채우지 못해 제 몫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은 토종 투수가 외국인 못지않은 큰일을 해내면서 예전의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었다.

지난해 장원삼(17승)과 배영수(12승) 등 단 두 명만 10승 이상을 거둔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4명의 선발 투수가 10승을 넘게 수확했다.

'열사' 배영수가 14승(4패)을 챙겼고, 윤성환이 여기에 1승 모자란 13승 8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승왕인 장원삼은 올해 13승(10패)을 거뒀고, 선발과 불펜을 오간 차우찬도 10승(7패)을 딱 맞췄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밴덴헐크도 후반기에는 나아졌지만 전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고 외국인 투수의 고전을 인정하며 "대신 토종 4인방이 10승 이상씩을 거둬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불펜의 핵 정현욱이 LG로 떠났지만 안지만이 그 자리에서 큰 역할을 해줬고, 심창민도 8월 23일부터 16⅓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더욱 날카로운 투구를 보여줬다.

'끝판왕' 오승환(28세이브)이 갖는 무게감도 여전해 삼성 마운드는 국내 선수로만 마운드를 지켜냈다.

◇'시스템 야구'의 승리…하드웨어·정보·인적 시스템 구축

삼성은 지난 2년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초반 큰 위기는 없었지만 8∼9월 선수 부상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우승에 잠시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류 감독 스스로 '차·포·마'를 모두 떼고 경기하는 것 같다고 혀를 찼을 정도다.

삼성은 올해 조동찬을 시작으로 채태인, 진갑용, 배영섭이 몸을 다쳐 1군을 이탈했었다.

'국민 타자' 이승엽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국내 복귀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다.

이 탓에 삼성은 LG에 1위를 내주더니 몇 차례 1∼2위를 오갔다. 시즌 막바지에 찾아온 위기였다.

그러나 2009년을 빼고는 2000년대 들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항시 선두권을 지켜온 '사자군단'의 우승 유전자는 위기에서 여지없이 발휘됐다.

이승엽 대신 최형우가 힘찬 타격을 선보였고, 부상에서 복귀한 채태인도 맹타를 휘둘러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류 감독은 "최형우도 잘 쳐줬지만 올 시즌 MVP(최우수선수)는 채태인"이라며 "(채태인이) 부상 공백이 있음에도 좋은 타격을 선보였다"고 돌아봤다.

2011년 4월부터 1년간 35억원을 주고 개발한 통합정보시스템 '스타비스(STABIS)'도 우승에 한몫했다.

현재 선수들이 모바일로 경기기록과 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구단은 삼성뿐이다.

여기에 탄탄한 선수 육성 시스템에 바탕을 둔 두꺼운 선수층도 힘을 발휘했다.

1996년 108억원을 들여 '하드웨어 시스템'인 2군 훈련장 경산 볼파크를 준공했다.

삼성은 하드웨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수를 발굴하고 유망주를 육성하는 '인적 시스템'을 가동했다.

외부에서 대형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기보다는 코치진을 9개 구단 중 최다 인원으로 늘리고 3군을 정착시키며 내부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 덕에 삼성은 최근 몇 년간 김상수·이영욱·정인욱·정형식·심창민·배영섭·이지영 등 1군 전력을 자체적으로 키워냈다.

올 시즌에는 김현우, 정현 등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기회를 얻기도 했다. 시즌 막판에는 정병곤, 김태완, 이상훈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갈수록 전력 분석 기술이 발전하고 경쟁팀들의 견제도 나날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3년간 정규리그에서 정상을 지키는 데 성공한 삼성이 '시스템 야구'를 바탕으로 3년 연속 통합 우승에도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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