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김성근도 못한 3연패 ‘야통이 해냈다’

입력 2013.10.02 (22:20)

수정 2013.10.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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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들의 별명 짓기가 한창이던 2년 전, 류중일(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쑥스러워하면서도 스스로 만족한 애칭이 바로 '야통'(野統)이다.

그는 야구 대통령의 줄임말인 '야통'에 자부심을 느꼈다.

선수와 코치로 삼성에서만 24년 한우물을 파고 2010년 말 삼성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은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해 단숨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어 2013년에도 경쟁팀 LG와 넥센,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고 1982년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길이 남을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해태와 삼성에서 한국시리즈를 10번 제패한 김응용 감독(72·현 한화 감독),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를 순식간에 강팀으로 변모시킨 김성근 감독(71·현 고양원더스 감독) 등 이 시대 최고 명장이라는 두 베테랑 감독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갓 지천명에 이른 '야통'이 해낸 것이다.

벌써 2년만 연속 우승해도 선수들의 정신력이 흐트러질 판이지만 류 감독은 '1등주의'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고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하며 그 어렵다는 정규리그 3연패를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말 아시아 6개국 팀이 격돌하는 아시아시리즈와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각각 삼성과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거푸 1회전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거둬들인 수확이라 어느 때보다 값진 우승이다.

류 감독은 팀을 이끌려면 지략과 전술, 카리스마 등 지도자가 갖춰야 할 여러 덕목 중에서도 신뢰와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령탑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4팀 사령탑의 공통점은 선수들과 소통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그만큼 감독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 성적과도 직결된다.

그런 측면에서 원조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온 류 감독의 진가를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 업적과 함께 재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팀의 선배이자 후배들을 가르친 코치 출신으로 류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왔다.

류 감독이 권위를 내려놓자 선수단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그는 "감독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 코치, 선수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며 늘 웃는 낯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간다.

또 부문별로 코치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이양하고 자신은 한 발짝 물러나 전체를 아우르는 조정자로서 위치를 국한해 코치진도 믿음으로 보듬어 안았다.

이 덕분에 지난해 김한수 코치가 메인 타격 코치로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데 이어 올해에는 김태한 투수 코치가 오치아이 에이지(일본) 코치에 이어 삼성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류 감독을 올해 더욱 빛나게 한 것은 그의 용기와 인내다.

한 팀을 주무르는 절대 권력자로서 보기 드물게 그는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를 여러 차례 보였다.

작년 아시아시리즈와 올해 WBC에서 대표팀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잘 나가던 야구 인생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류 감독은 핑계 대지 않고 "국민께 죄송하다", "내 역량이 모자랐다"며 솔직히 부족함을 시인했다.

시즌 막판 톱타자 배영섭이 LG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에 머리를 맞은 이른바 '헤드 샷'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상대를 탓하기에 앞서 "사건 이후 배영섭을 무조건 쉬게 해야 했는데 내 판단 착오로 괜찮다는 선수 말만 믿고 경기에 내보냈다가 도리어 부상이 길어지고 있다"며 자책했다.

자신의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모습은 자신감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참고 또 참는 류 감독의 인내력은 성적보다는 선수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국제대회에서의 두 차례 실패, 속출하는 부상 선수, 기대를 밑돈 외국인 투수 탓에 류 감독은 어느 해보다 팀 운용에서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심 타자 이승엽(37)은 시즌 내내 타격이 흔들려 타율 0.250대에 머물렀고, 지난해 25승이던 외국인 투수의 합작 승도 올해 10승으로 확 줄었다.

류 감독은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서 쫓기는 처지에서도 부상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삼고 절대 무리해서 1군에 올리지 않았다.

이승엽(허리), 배영섭(머리), 진갑용(왼쪽 무릎), 채태인(왼쪽 어깨) 등 다친 주축 선수들을 보호해 이들이 완벽하게 페이스를 되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1.5군 급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전력 구멍을 메웠다.

부진한 외국인 투수를 당장 바꿔달라고 구단에 요청하지 않고 꾸준히 토종 투수들을 중용해 마운드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덤으로 위기 극복 능력을 얻었다.

정규리그 3연패라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류 감독이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첫 3년 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면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 명장으로 공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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