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미라클 두산, 주전 줄부상 위기

입력 2013.10.28 (11:12)

수정 2013.10.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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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정규시즌 4위 팀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 베어스가 결국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주전 3루수 이원석에 이어 2루수 오재원마저 불의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원석은 2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첫 타석에서 타격 후 왼 옆구리 통증으로 호소하며 교체된 뒤 27일 열린 3차전에는 결장했다.

오재원은 3차전에서 1-3으로 뒤진 7회 1사 후 2루타를 때린 뒤 손시헌의 적시타 때 홈으로 달리다가 왼 허벅지를 다쳤다.

3루를 돌고서 통증을 참고 쩔뚝이며 홈 베이스를 밟았지만 결국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트레이너에게 업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오재원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것으로 알려져 잔여 경기 출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 전까지 이원석은 올해 포스트시즌 11경기에 모두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오재원도 교체 투입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11경기 연속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두산 내야진의 핵심 선수다.

두산의 줄부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두산 선수들은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다. 연승에 따른 상승 분위기와 경험에서 우러난 위기관리 능력 등으로 한 경기 한 경기 버티고 있다.

2위도 바라볼 수 있었던 터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사력을 다한 두산은 정규시즌보다 체력·정신력의 소모가 훨씬 큰 포스트시즌에서 이미 연장전만 네 차례나 치렀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0회, 3차전에서 14회, 마지막 5차전은 13회까지 벌였다.

이닝 수로만 따지면 두산은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6차전 이상을 치른 셈이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는 그나마 4차전에서 끝내 사흘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다시 13회까지 치르면서 잠시 비축한 힘을 모두 쏟아냈다. 이 경기는 무려 5시간 32분이 걸려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장 두산은 이원석과 오재원의 빈자리를 멀티플레이어인 김재호와 허경민으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는 1루를 빼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을 밀어내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유격수 자리를 꿰찼던 김재호는 손시헌이 한국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가세하자 벤치를 지키다가 2차전에서 이원석이 빠진 뒤 3루수로 출전했다.

3차전에서는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오재원이 부상으로 교체된 뒤 2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오재원의 자리는 허경민이 채울 수 있다. 허경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교체된 뒤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오재원이 빠진 자리에 3루수 김재호가 들어가자 허경민이 3루수로 투입됐다.

허경민은 올해 75경기에서 타율 0.298에 1홈런, 25타점, 14도루를 기록할 만큼 타격에서는 오재원에 뒤지지 않는다.

두산은 국가대표급 야수진이 강점이다. 또 두산 야구는 주축 선수의 공백으로 위기 때마다 주전 못지않은 백업 멤버들이 등장해 맹활약을 펼쳐 '화수분 야구'로 불린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이원석과 오재원의 공백은 커 보인다. 공격과 수비 모두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크게 줄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27명을 제출할 때 플레이오프 때까지 엔트리에 넣어뒀던 내야수 최주환을 빼고 불펜의 체력 소모를 줄이고자 투수 김명성을 집어넣었다.

위기 때마다 뚝심으로 기적을 연출하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미러클 두산'이 마지막 고비를 어떻게 넘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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