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운드 총력전이란 바로 이런 것’

입력 2013.10.31 (21:53)

수정 2013.10.31 (22:13)

벼랑 끝에 몰린 삼성 라이온즈를 거푸 살린 것은 역시 강력한 불펜이었다.

삼성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회부터 선발 요원 2명 포함 8명의 계투 요원을 쏟아 붓는 총력전 끝에 두산 베어스를 6-2로 제압하고 승부를 최종 7차전으로 끌고 갔다.

선발 릭 밴덴헐크를 합치면 총 9명의 투수가 등판해 역대 포스트시즌 팀 한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틀전 5차전에서 7-5로 이겨 기사회생했으나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밀린 상황에서 6차전을 맞이한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지면 끝장인 만큼 (가용 투수를) 모두 투입하겠다"며 7차전 선발 장원삼을 제외한 전 투수에게 총동원을 내렸다.

5차전에서 선발 요원 밴덴헐크를 불펜으로 변칙으로 기용해 귀중한 승리를 챙긴 만큼 이날도 막강 계투조의 물량 공세로 두산 장타력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5차전에서 28개를 던진 뒤 이날 선발로 나선 밴덴헐크가 예상치 못한 오른쪽 팔 이두박근 통증으로 1회만 던지고 강판한 바람에 삼성의 불펜 가동 시점은 앞당겨졌다.

류 감독은 배영수(2회)-차우찬(3회)-심창민(5회)-권혁(7회)-안지만(7회)에 이어 4점을 리드한 9회에도 신용운과 왼팔 조현근을 잇달아 내보낸 뒤 2사 1,2루에 몰리자 마무리 오승환까지 올려 두산의 추격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1-2로 뒤진 6회 터진 채태인의 역전 결승 2점포, 7회 나온 박한이의 3점 홈런 등 대포 2방이 삼성을 살렸지만 역전의 밑거름이 된 것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마운드였다.

0-1이던 3회 1사 2,3루 실점 위기를 맞자 류 감독은 배영수를 내리고 좌타자 이종욱 타석 때 좌완 차우찬을 기용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의 필승 구원으로 나서는 차우찬은 1-2로 패한 4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와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으로 무실점 역투를 펼친 이래 사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차우찬은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고비에 닥쳤으나 최재훈을 2루수 병살타로 요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잘 던지던 차우찬이 5회 선두 최준석에게 큼지막한 장외 홈런을 맞은 뒤 2사 2루 위기에 몰리자 사이드암 심창민이 바통을 이어받아 최재훈을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채태인의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은 7회초 수비에서는 무사 1루에서 왼손 오재일 타석에 좌완 권혁을, 우타자 손시헌에게는 우완 안지만으로 맞불을 놔 따라붙을 틈을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은 탓에 리그 최강을 자부하는 삼성 불펜도 이번 시리즈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던지고 있다.

다만 한국시리즈 직행 후 20일 이상 쉰 덕분에 싱싱한 어깨로 잦은 등판을 이겨내고 있다.

이날까지 차우찬은 4경기에 나서 11⅓이닝을 던졌다.

안지만과 심창민도 4경기에 등판해 각각 7이닝, 3이닝을 뿌렸다.

오승환은 2차전에서 오재일에게 결승 홈런을 맞아 체면을 구겼으나 이후 3세이브를 올리며 팀 승리를 모두 지켰다.

윤성환, 배영수에 이어 밴덴헐크까지 3명의 선발 투수가 제 몫을 못한 상황에서 안지만, 심창민, 차우찬, 오승환 등 필승조 4총사가 삼성의 3승을 떠받친 셈이다.

계투 작전으로 기적 같은 2연승을 일구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삼성과 달리 확실한 소방수 없이 포스트시즌 15경기째를 치른 두산은 적극적인 끊어 막기를 못해 이날도 승리를 놓쳤다.

2-1로 리드한 6회부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내리고 공격적인 계투책을 펴야 했지만 불펜 투수들이 지친 데다가 삼성의 계투 요원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해 결국 뒷심에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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