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투수 타이틀을 딴다는 것은 팀 역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뜻이니 개인 성적도 욕심 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31)은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입단식을 치른 뒤 이같이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처음 밟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역대 최다인 277세이브(28승 13패)를 기록한 오승환은 지난달 22일 한신과 2년간 계약금 2억엔, 연봉 3억엔, 연간 옵션 5천만엔 등 최대 9억엔(약 93억원)에 계약했다.
78년의 역사를 지닌 한신에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 입단한 오승환은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긴장되기보다는 설레고 힘이 난다"며 "국내에서 뛰었던 지금까지는 삼성 팬들만 나를 응원했으나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나를 응원해주실 거라는 말을 듣고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신이 우승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승환은 일본 무대에 진출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예전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해왔던 대로 매경기 공을 집중해서 던지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일본에 진출한다고 해서 내 마음가짐이 크게 변한다거나 큰 욕심을 낸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굳이 새 구종을 추가하지 않아도 지금 가진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일본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목표 세이브 개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은연중에 털어놨다.
오승환은 "블론세이브를 적게 하고 세이브 실패 확률을 낮춰 선발의 승리를 지켜주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구원 투수 타이틀을 딴다는 것은 팀 역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뜻이니 개인 성적도 욕심 내고 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한신에서 최고 마무리로 활약하며 한 시즌 최다인 46세이브 기록을 세운 후지카와 규지(33·시카고 컵스)의 전 등번호인 22번과 함께 2005년 이후 8년간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는 한신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물려받았다.
그는 "세이브의 숫자나 기록은 당장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 기록을 깬다면 그만큼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세이브를 차근차근히 쌓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승환은 9년간 자신에게 마무리 투수의 중책을 맡기고 해외 진출을 허락해준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해외 진출을 허락해주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삼성 임원진, 코치진에게 감사하다"며 "삼성에는 나뿐만 아니라 안지만, 권오준 등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많으니 내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야구 인생의 마지막 공은 삼성에서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석한 나카무라 가즈히로 한신 단장은 오승환에게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나카무라 단장은 "오승환을 처음 봤을 때부터 277세이브를 올린 대단한 투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신이 리그 우승, 나아가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오승환이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나카무라 단장은 "오승환이 일본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개인 홍보 담당을 붙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