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는 꿈도 꾸지 못한 행복한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믿습니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선수촌병원에서 만난 '한신맨' 오승환(31)은 앞으로 2년간 펼쳐질 일본 생활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선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2년간 계약금 2억 엔, 연봉 3억 엔, 연간 옵션 5천만 엔 등 최대 9억 엔(약 93억원)에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한 오승환은 전날 공식 입단식을 치렀다.
오승환은 "한신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된다"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본 팬들의 반응이 달라지리라 생각하니 잘한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교시절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그는 당시를 돌이키며 "그때는 꿈도 꾸지 못할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면서도 "아직 내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해서 발전한다면 메이저리그 등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더 큰 꿈을 내비췄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역대 최다인 277세이브(28승 13패)를 기록한 오승환은 "내년 안에 (30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오승환과의 일문일답.
-- 어제 입단식을 치르고 하루가 지났는데.
▲ 어제는 입단식을 한 뒤 축하를 많이 받아서 조금 실감이 났는데 오늘은 다시 괜찮아졌다. 일본에 가면 실감이 날 듯한데 아직은 안 난다.
-- 삼성과 작별한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지금도 삼성하고 소통하고 있고 다시 돌아온다면 삼성으로 올 테니 어제 삼성에서 마지막 볼을 던진다고 했던 것이다. 오키나와에서도 삼성 선수들을 볼 것으로 생각해 완전히 떠난다는 생각은 없다.
-- 일본이 낯설 것 같지는 않나.
▲ 두려움보다도 기대감이 더 크다. 9년 동안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신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된다.
-- 선동열, 임창용에 이은 한국 출신 마무리인데 책임감이나 부담은 없나.
▲ 한신에는 한국 선수가 처음 입단하는 것이고 한신 팬들이 열정적이라고 해서 그런 점이 더 부담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팬들의 반응이 달라지리라 생각하니 잘한다면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못했을 때 부담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한신에서 일본 야구 영상을 줬다는데.
▲ 아직 시간이 없어서 못 봤다. 일본 야구를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이승엽 선배께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봤다. 야구는 보는 것과 가서 해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아직 일본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 야구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 한신 구단 전담 기자가 40여 명이 될 정도로 일본 언론에서 한신에 대한 관심이 큰데.
▲ 안 좋은 기사는 통역한테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내가 알 것이니 그런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 더 노력하겠다.
-- 스스로 스케줄을 짜는 스타일인데 일본에서 다른 훈련법을 마련한 것이 있나.
▲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 훈련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예전 한신 마무리였던 후지카와 규지가 계속 언급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나.
▲ 팬 분들이 후지카와가 했던 정도를 내게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후지카와와 나는 스타일이 다르고, 그는 그만의 장단점이, 나도 나만의 장단점이 있다. 일본에서 그런 선수와 비교해주면 나도 거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후지카와의 쇼맨십을 따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올해 슬라이더 구사율이 높았고 스플리터도 던졌는데 구종에 변화를 줄 것인가.
▲ 변화 폭이나 볼 던지는 스타일은 이전과 비슷할 것이다. 마운드 위에서 상황에 맞게끔 변화를 주겠다.
-- 고등학교와 대학교 1학년까지 부상으로 일본 진출을 꿈꾸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 그때는 꿈도 꾸지 못할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운동만 했었다면 지금은 꿈과 목표를 갖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 내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해서 발전한다면 메이저리그 등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2년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 도쿄돔에서 경기한 적이 있는데 어땠는가.
▲ 한국 구장들과 비교하면 정말 좋다. 모든 선수가 도쿄돔 등 일본 구장과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던지는 것을 꿈꿀 것이다.
-- 평소 중간 계투와 마무리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 올스타전을 할 때 마무리 쪽을 따로 뽑는 등 요즘은 불펜 투수들의 힘든 점을 많이 알아주시는 것 같다. 선발이나 다른 포지션들은 부각이 많이 되니 중간 계투와 마무리도 더 빛을 받았으면 한다.
-- 오승환이 없는 국내 프로야구 마무리 구도는 어떨까.
▲ 손승락이 좋은 기록을 세웠고 (봉)중근이 형도 마무리에 안착했다. 제가 없지만 또다른 좋은 마무리 투수가 나올 것이다. 삼성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존 선수들이 기량이 좋으니 괜찮을 것이다. 팀 후배 심창민도 지금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 선동열 감독님이 결혼하고 갔으면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 결혼이 필요하다고 아직 못 느꼈다. 부모님이 오가시는 것도 대구나 오사카나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 임창용, 이승엽과 어떤 얘기를 했나.
▲ (임)창용이 형은 항상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준다. (이)승엽이 형에게는 일본 야구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본 생활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야구는 가서 해봐야 아는 것이니 일본 생활에 대해 조심해야 할 부분이나 음식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 일본 타자들이 선구안이 좋고 볼 커트를 잘해 투수들을 특히 괴롭힌다는 얘기가 있는데.
▲ 상황에 따라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 풀어나가야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 계약금을 어디에 쓰고 싶은가.
▲ 부모님께 큰 집을 사드리고 싶다. 나머지는 에이전트와 상의할 것이다.
-- 팬들께 하고픈 말은.
▲ 한국 야구를 떠나는 것에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많고,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해 불만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응원을 하지 않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삼성 라이온즈 팬 분들뿐만 아닌 온 국민이 나를 응원해주시는 것이니 더 힘을 낼 것이다.
-- 지금까지 277세이브를 올렸는데 내년 안에 30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을까.
▲ 지금 단정 짓긴 힘들지만, 내년 안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