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환이가 참 아픈 손가락이었거든. 한신 유니폼 입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
5일 서울 송파구 선수촌 병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오승환(31)은 "강문길 감독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문길(63) 감독은 오승환이 단국대를 다니던 시절 야구를 지도했던 은사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목이 메인 소리로 "승환이가 정말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전날 오승환의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입단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는 강 전 감독은 회상에 잠겼다.
그는 "단국대 출신 제자가 300명 정도 되고, 승환이를 포함해 4명이 해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면서 "그런데 승환이가 해외 진출하는 모습이 특히 감동적"이라고 운을 뗐다.
강 전 감독이 가르친 선수 중 이병규(39·LG)가 2007년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 이승학(34·전 두산·은퇴)과 김일엽(33·전 한화)이 2001년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다.
오승환은 강 전 감독 제자 중 네 번째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다.
강 전 감독은 어린 나이에 선수 생명을 위협받았던 오승환의 성공기에 더 주목했다.
그는 "1998년 2월에 동대문 운동장에서 우신중학교 3학년인 투수 오승환을 보고 '쟤는 고교 졸업하면 바로 프로로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년 뒤에 승환이가 경기고에서 우익수를 보고 있더라"고 떠올린 뒤 "팔꿈치가 아파서 공을 못 던지고 있었다. '너 단국대 와라. 투수하게 해줄게'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01년 단국대에 진학한 오승환은 그해 11월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강 전 감독은 오승환에게 "야구 경기도 보지 말라"고 했다.
"공을 보면 다시 던지고 싶어져서 무리할 것 같았다"는 게 스승의 판단이었다.
오승환은 묵묵히 재활에 힘썼다.
강 전 감독은 "승환이에게 '이제 좀 쉬어라'라고 말하면 '네'하고 돌아서서 또 훈련하더라.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다"고 대견해 했다.
오승환은 대학 3학년이 되자 "이제 괜찮습니다. 경기에 나가 공을 던지고 싶습니다"라고 했지만 강 전 감독은 "아직 안 된다"며 말렸다.
강 전 감독은 "2003년 초에 이미 140㎞를 던졌다. 하지만 서두르면 탈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3학년 가을부터 마운드에 섰고,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2차 1라운드(전체 5번)로 입단했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277개)를 쌓고 일본에 진출한다.
강 전 감독은 "일본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한다. 몸관리를 철저히 하고 '한국 선수'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으면 한다"며 "2년 뒤에는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스승의 당부를 전해들은 오승환은 "지금이 끝이 아닙니다. 감독님 말씀대로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