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야당이 참패한 4가지 이유

입력 2014.07.31 (14:02)

수정 2014.07.31 (14:37)





11대 4라는 예상밖의 여당 압승으로 끝난 7. 30재보선은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새누리당의 우세를 점친 전문가들도 여당이 9대 6이나, 8대7 정도로 이길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개표함을 열어본 결과 예상은 빗나갔다.

야당의 거물 중진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이렇게 참패했을까.

① 반감된 야권단일화 효과

야당이 승부를 뒤집을 마지막 카드로 썼던 야권 단일화는 만족할만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서울 동작을과 수원병(팔달), 수원정(영통) 등 3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결과는 수원정 한 곳만 건지는 데 그쳤다.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 동작을에서 패하고, 수원정에서는 거물 정치인 손학규 후보가 낙선하는 실패로 귀결됐다.

동작을의 실패는 후보 단일화가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시점에 결정되면서 효과가 반감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전 투표 하루전인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사퇴했지만, 이미 투표 용지 인쇄가 끝났을 때여서 효과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와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자의 표차는 불과 929표(1.21%) 에 불과하다. 무효표가 1403표(1.79%)나 발생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기동민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추정돼 야권의 아쉬움을 더했다. 후보단일화가 투표용지 인쇄 전에 이뤄졌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게다가 ‘종북 논란’을 우려해 2차 단일화를 포기한 가운데, 단일화 대상이었던 노동당 김종철 후보가 두 후보간 격차를 넘어선 1076표(1.4%)를 득표한 것도 야당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야권단일화가 빨리 이뤄졌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야권단일화라는 '나눠먹기식' 연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수원병(팔달) 같은 지역구의 경우 정의당 이정미 후보의 사퇴가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물론 수도권 유일의 생존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의 당선은 초박빙 양상에서 정의당 간판 스타인 천호선 후보의 사퇴가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② 바둑돌 놓기식 ‘전략공천’

선거전 초반 야당의 낙승이 예상됐던 기류가 바뀐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파동이 계기가 됐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을 주장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텃밭인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하고, 이곳에 사무소까지 열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끌어오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기 전 부시장의 출마선언 자리에 그의 20년지기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육탄 저지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면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야당으로서 더 뼈 아픈 부분은 거물 정치인들을 배치했다가 새누리당이 내세운 지역기반 정치 신인들에게 무너졌다는 점이다. 야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김포에 공천했지만, 이 지역 연고가 탄탄한 홍철호 후보에게 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기도지시를 지낸 손학규 후보의 경우 수원벨트를 장악하겠다며 보수성향의 수원병(팔달)에 배치하는 '여유'를 부렸다가, 이 지역에서 초, 중, 고교를 졸업한 부장검사 출신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지는 망신을 당했다.

경기도 평택을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가 지역 연고는 있었지만, 이 지역에서 이미 3선을 한 인물이어서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지역구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이 지역에선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가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미 3선을 했고,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지난 총선때 불출마 선언까지 한 정장선 후보를 재보선에 다시 공천한 당 지도부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결국 세월호 정국과 출마자들의 인지도만 믿은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안이한 공천이 이번 재보선 참패로 연결된 것이다.

③ 세월호 피로감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세월호 문제를 대여 공세의 전면에 내세우며 파상공세를 펴왔다.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 보고를 통해 정부의 실책을 부각시켰고, 다음달 초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채택 범위를 놓고 정부 여당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에 수사권까지 부여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앞으로 2년여간 세월호 문제로 정부 여당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정부·여당에 대한 세월호 책임론은 부실 구조와 관피아 논란으로 확대되며 사건 초반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100일을 넘겼음에도, 야당이 세월호라는 단일 주제만 가지고 대여 투쟁을 벌이는데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농성을 벌이는 등 정략적으로 이 문제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고, 오로지 세월호에만 매달리는 천편일률적인 제1야당의 모습에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한 내수 침체와 경기 부진의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장 이후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경제살리기'를 약속한 정부·여당에 표가 몰린 이유로 분석된다.

④ 낮은 투표율과 깨진 재보선 공식

사상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최종 투표율이 32.9%라는 평년 수준에 그친 것도 야당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야당표가 결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32.9%라는 투표율은 평소의 재보선이나 직전 재보선 등과 비교하면 약간 낮은 수치다.

2000년 이후 14번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35.3%)보다는 2.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최근 재보선인 지난해 10월 33.5%에서는 0.6%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지난 주말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평균 7.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사전투표제가 '분산효과'를 만드는 데 그치면서 최종 투표율을 많이 끌어올리지 못했다. 투표율 부진이 적극적 투표층에서 뒤지는 야당에겐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접전을 펼친 서울동작을의 경우 투표율이 46.8%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사당2동과 흑석동에서 투표율이 높았지만, 야당 성향인 사당 사당1ㆍ4동의 투표율은 낮았다.

이번 재보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재보선=여당의 무덤'이라는 선거 공식은 이제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손학규 후보(경기분당을)가 강재섭 후보를 이기고, 최문순 후보(강원도지사)가 엄기영 후보를 이긴 2011년 4월 재보선이 야당 재보선 승리의 마지막이었다.

그해 10월 26일 열린 재보선에서 범야권 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지만 나머지 기초단체장 11곳 중 한나라당이 8곳을 싹쓸이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3곳)과 10월(2곳)의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4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선됐지만, 당시 무소속이었다.

통상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해 여당 후보가 고전하던 것이 2000년 이후 일관된 경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야당이 연전 연패하고 있는 것은 정부 여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야당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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