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며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세 명의 자유계약선수(FA) 투수가 나란히 팀의 도약을 이끌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배영수(33)·권혁(31)·송은범(30)은 11일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에서 열린 한화 FA 입단식에 참석해 새로운 팀에 도착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프로 입단 후 줄곧 삼성에서 활약해 온 우완 배영수와 좌완 권혁은 나란히 올 FA 시장에서 한화로 팀을 옮겼고, SK와 KIA를 거친 오른손 송은범도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해 '독수리 마운드'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한화는 지난 3년간 연달아 최하위에 처져 약체의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삼성과 SK에서 풍부한 우승 경험을 갖춘 세 명의 베테랑 투수는 모두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배영수는 최근 '왕조'를 구축한 전 소속팀 삼성과 한화의 차이를 냉정히 분석하며 마음가짐이 바뀐다면 팀도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영수는 "삼성에서는 선수들이 '당연히 우승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냉정히 봐서 한화는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생각만 바뀐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아울러 개인적으로도 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팀을 옮겼다"면서 "그만큼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아직 잠재력이 있기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수는 개인적인 목표로는 "선발로 뛴다면 당연히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고 싶고, 개인 타이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영수와 함께 삼성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인 권혁도 "FA로 입단한 세 선수가 기존의 선수들과 융화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4강이 아니라 우승까지도 가능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달라질 한화의 모습을 예고했다.
권혁은 개인적인 목표로는 "불펜 투수인 만큼 최대한 많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면서 "2년간 벤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기에 어깨는 싱싱하다"고 웃었다.
그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안고 내년 시즌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한화맨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과 함께 최강팀을 만든 바 있는 송은범도 "상대로 만난 한화는 내게 위협적인 팀이었다"면서 "실수 하나로 인한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상위팀과 하위팀을 만들 뿐, 그 외의 부분은 뒤지지 않는다"고 새 소속팀을 진단했다.
송은범은 "우리 세 명이 입단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잘하는 팀을 끌어내려야 우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은범은 "아직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결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감독님이 10차례 쓰시면 8∼9번은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세 선수는 입단식에서 각자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배영수는 37번, 권혁은 47번, 송은범은 54번을 배정받았다.
삼성에서 줄곧 달던 25번이 아닌 새로운 번호를 달게 된 배영수는 "분명히 의미는 있는데,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