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72) 감독은 주전과 후보의 구분 없이 강도 높게 진행하는 특유의 '지옥 훈련'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의 강훈련은 선수의 기량을 탁월하게 끌어올리는 '마법'을 발휘하지만, 선수의 처지에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5년 김성근 감독이 이끌 한화에 합류한 자유계약선수(FA) 삼인방 배영수(33)·송은범(30)·권혁(31)은 11일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오히려 자신의 앞에 펼쳐질 훈련을 기대하는 기색을 즐겁게 드러냈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통해 국내 정상급 우완투수로 성장했다가 이후 혼란기를 겪은 바 있는 송은범은 '인생의 스승'이기도 한 김 감독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겠다고까지 했다.
송은범은 "감독님은 훈련을 많이 시키시지만, 그 속에서 자신감을 심어 주신다"면서 "예전에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옥 훈련은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 몸을 감독님게 맡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은범의 말 곳곳에서는 김 감독과 함께하는 데 대한 설렘과, 믿음에 부응하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그는 "감독님이 한화에 오시면서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구단에서 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또 "아직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감독님이 10번 쓰시면 8∼9번은 성공하도록 하겠다"거나 "감독님 아래에 들어왔는데, 명성에 먹칠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김 감독이 체중 감량을 지시한 데 대해서도 송은범은 "감독님은 뚱뚱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서 "10㎏ 감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성근 감독도 이날 입단식에서 송은범에게 꽃다발을 주다가 얼굴을 툭 건드리며 제자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는 "애정 표시가 아니라, 해메고 있어서 정신 차리라는 뜻"이라고 미소 지었다.
배영수도 김 감독과의 재회가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배영수는 김 감독이 삼성 2군을 맡던 2000년 신인으로 입단해 한 차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배영수는 "감독님 때문에 한화를 택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 상황을 냉정히 봤을 때 실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고, 감독님과 함께 한다면 두세 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한화에 입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연히 '김성근식 맹훈련'에 대해서는 "선수가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두렵지 않다"면서 "공을 몇개까지 던지게 될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웃었다.
김 감독도 14년 전 삼성에서 배영수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 '고구마'라고 불렀다"고 웃으며 "당시 힘에 비해 요령은 없었지만, 하루에 300∼400구씩 스스로 던지는 데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도 자신만의 것에 대한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언젠가는 좋은 선수로 자라리라고 봤다"고 즐거워했다.
김 감독은 "결국 좋은 선수로 자라났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나와 배영수 모두 새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혁 역시 "감독님과 이전에 함께해 본 적이 없어 기분 좋은 긴장감을 안고 열심히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운동선수에게 운동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플러스 요인인 만큼 강훈련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