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서 데뷔골!…이용재 “믿기지 않아요”

입력 2015.06.11 (21:39)

수정 2015.06.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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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딱 오늘까지만 기분 즐기고 다시 훈련할래요."

모든 축구선수의 꿈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의 꿈은 A매치에 데뷔하는 것이고, A매치에 데뷔한 선수는 데뷔골을 간절히 원하게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은 이룬 선수가 있다. 슈틸리케호에서 '2부리그 선수의 신화'를 쓰는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용재는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4분 김진수(호펜하임)의 스로인을 받아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무장해제시킨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용재는 16살 때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나섰고, 2011년에는 U-20 월드컵에도 참가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온 차세대 공격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이광종호의 공격수로 나서 금메달 획득에 한몫했다.

하지만 2009년 FC낭트(프랑스)에 입단한 이용재는 지난해 일본 2부리그 V바렌 나가사키 유니폼을 입으면서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얼굴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당시 이용재의 몸놀림을 유심히 지켜봤고, 곧바로 이어진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 이용재를 불러들여 가능성을 점검했다. 2부리그 소속 공격수가 대표팀에 발탁된 것을 놓고 팬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이용재는 꿋꿋하게 이겨냈다.

마침내 이용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눈도장을 받고 이번 동남아 2연전에 나선 태극전사로 당당히 선발됐다.

'반쪽짜리 대표선수'에서 완전한 태극전사로 거듭난 이용재에게 슈틸리케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 평가전 출전 기회를 줬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용재는 데뷔골까지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특히 이용재의 골이 터지기 직전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 대신 이정협을 교체투입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자칫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몇분만 빨랐더라면 그의 A매치 데뷔골은 사라져버릴 뻔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이용재는 "이런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도 오늘까지만 이런 기쁜 마음을 즐기고 싶다"고 벅찬 감정을 스스로 조절했다.

그는 "전반에 두 차례나 기회를 놓쳤지만 조급하지는 않았다. 뛰면서 발꿈치에 물집이 잡혀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고, 교체 시기를 기다리는 순간에 기회가 와서 데뷔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김진수의 스로인 거리가 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UAE 수비수들이 피지컬과 높이가 뛰어나지만 좀 둔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득점 순간을 돌아봤다.

이용재는 "2부리그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것도 즐겁지만 나를 믿고 경기에 내보내 주신 감독님에게 보답했다는 게 더 기쁘다"라며 "축구 선수는 단 한 경기로 평가받을 수 없다. 앞으로 지금의 마음처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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