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마법사’ 염기훈, 7년만 A매치 골맛

입력 2015.06.11 (22:29)

수정 2015.06.1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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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마법사'라는 명예로운 별명이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빛을 발휘했다.

동남아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호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염기훈(32·수원)이 1년 5개월 만에 나서는 평가전에서 무려 7년 3개월여만에 A매치 득점 기록을 맛보면서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염기훈은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4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강력한 땅볼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려 3-0 대승의 시발점이 됐다.

염기훈은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것부터 팬들의 관심거리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동남아 2연전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를 발표하면서 "염기훈을 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이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32세인 염기훈이 2018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K리그에서 국내 선수 중 득점과 도움 1위를 달리는 선수를 안 뽑으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선발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 보이는 선수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라고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염기훈은 35세가 된다. 공격수로는 백전노장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염기훈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7골(6도움)을 꽂아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불태우는 선수를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해 1월 홍명보호의 전지훈련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염기훈은 마침내 1년 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이날 UAE전에 투입돼 골맛까지 보면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염기훈이 기쁜 것은 무려 7년여 만에 A매치 득점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염기훈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했던 것은 2008년 2월 23일 동아시안컵 일본전이 마지막이었다.

염기훈은 취재진과 만나자마자 "7년 만에 골을 넣었네요. 정말…. 7년 만이네요"라고 솟구쳐 나오는 기쁨의 웃음을 찾지 못했다.

그는 골 상황에 대해 "땅볼을 노렸다. 수비벽 뒤로 골키퍼가 자세를 낮춘 것을 보고 '골키퍼가 수비벽에 가려 볼이 안 보이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수비수 발틈 사이로 땅볼을 찬 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염기훈은 "무엇보다 이번 골은 의미가 크다. 무려 7년여 만에 대표팀에서 터트린 골이다"라며 "이번 소집에 앞서 K리그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나와 이정협(상주)이 득점에 성공해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런 점이 더욱 기쁘다"라고 말했다.

애초 예상을 깨고 측면 공격수가 아닌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선 "소속팀인 수원에서도 이 자리를 많이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며 "소속팀의 포지션을 대표팀에서까지 배려해준 슈틸리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큰 욕심은 없다. 축구는 분명히 주전도 중요하지만 리저브 멤버들도 필요하다"라며 "팀에 보탬이 되고 활력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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