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도 허술, ‘전문인력 양성’ 시급

입력 2008.02.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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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국보급 목조문화재의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훼손된 문화재를 당초모습과는 다르게 엉터리로 복원하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삼국시대 서해를 통한 중국과의 교역 요충지에 쌓은 경기도 화성의 당성입니다.

남양반도를 바라보며 산줄기를 따라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석벽이 웅장함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학술적인 연구와 발굴조사도 없이 서둘러 복구하다가 본래 흙으로 만들어진 토성인데 복원과정에서 돌로 성을 쌓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인터뷰> 이한용(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조사팀장): "1차 복원 지역은 발굴조사도 되기 전에, 토석혼축 양식으로 지은 과거의 성을 현대에 들어와서 대형 석재를 이용해 보기좋게만 쌓았다는 것이 아쉽다."

경희궁의 경우도 회랑의 주춧돌은 사람이 다니며 발에 걸리지 않도록 원형으로 깎아야 하지만 모두 사각형으로 놓였습니다.

또 돌 바닥을 말하는 박석은 같은 경희궁 내에서도 숭정전과 자정전 앞의 모양이 서로 다릅니다.

이런 엉터리 복원들이 많은 이유는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문화재 전문가 교육기관인 충남 부여의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인터뷰> 이우진(전통미술공예학과): "저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저희가 교육받는 것에 비해 저희가 갈 자리가 없다는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인것 같아요."

그동안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문화재 관련업체나 박물관 연구소 등에 취업한 인원은 쉰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많은 지자체가 문화재 전문 관리인력인 학예직을 뽑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과정도 개설해 보려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좌절됐습니다.

<인터뷰> 최종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고 전문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이 전공 영역을 살려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국가가 요구하는 그런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화재 장인들도 후진양성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3명 밖에 없는 대목장 중 한 명인 최기영씨는 그동안 40여명의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최 씨가 후학을 양성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주는 지원은 거의 없고, 기술을 전수받더라도 전문 관리자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인터뷰> 최기영(대목장/중요 무형문화재 74호):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야 해요. 아무리 글로, 역사적으로 도서적으로 행정적으로 제도적으로 알면 뭐합니까... 문화재적 소중한 가치, 그것을 가치관을 모르면 백날 배워도 십년 백년을 배워도 안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유지해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한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기는 어렵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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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도 허술, ‘전문인력 양성’ 시급
    • 입력 2008-02-20 21:19:23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나라 국보급 목조문화재의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훼손된 문화재를 당초모습과는 다르게 엉터리로 복원하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삼국시대 서해를 통한 중국과의 교역 요충지에 쌓은 경기도 화성의 당성입니다. 남양반도를 바라보며 산줄기를 따라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석벽이 웅장함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학술적인 연구와 발굴조사도 없이 서둘러 복구하다가 본래 흙으로 만들어진 토성인데 복원과정에서 돌로 성을 쌓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인터뷰> 이한용(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조사팀장): "1차 복원 지역은 발굴조사도 되기 전에, 토석혼축 양식으로 지은 과거의 성을 현대에 들어와서 대형 석재를 이용해 보기좋게만 쌓았다는 것이 아쉽다." 경희궁의 경우도 회랑의 주춧돌은 사람이 다니며 발에 걸리지 않도록 원형으로 깎아야 하지만 모두 사각형으로 놓였습니다. 또 돌 바닥을 말하는 박석은 같은 경희궁 내에서도 숭정전과 자정전 앞의 모양이 서로 다릅니다. 이런 엉터리 복원들이 많은 이유는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문화재 전문가 교육기관인 충남 부여의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인터뷰> 이우진(전통미술공예학과): "저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저희가 교육받는 것에 비해 저희가 갈 자리가 없다는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인것 같아요." 그동안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문화재 관련업체나 박물관 연구소 등에 취업한 인원은 쉰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많은 지자체가 문화재 전문 관리인력인 학예직을 뽑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과정도 개설해 보려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좌절됐습니다. <인터뷰> 최종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고 전문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이 전공 영역을 살려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국가가 요구하는 그런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화재 장인들도 후진양성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3명 밖에 없는 대목장 중 한 명인 최기영씨는 그동안 40여명의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최 씨가 후학을 양성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주는 지원은 거의 없고, 기술을 전수받더라도 전문 관리자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인터뷰> 최기영(대목장/중요 무형문화재 74호):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야 해요. 아무리 글로, 역사적으로 도서적으로 행정적으로 제도적으로 알면 뭐합니까... 문화재적 소중한 가치, 그것을 가치관을 모르면 백날 배워도 십년 백년을 배워도 안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유지해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한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기는 어렵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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