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참고서’ 우크라이나

입력 2008.01.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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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핵문제는 결국 해를 넘겼습니다. 북핵 폐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KBS는 핵 폐기에 성공한 나라의 사례를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첫 참고서는 90년대에 핵을 폐기한 우크라이나입니다.

금철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남쪽으로 3백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피에르보마이스크.

구소련 당시 핵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이곳을 한국언론으로선 처음으로 KBS 취재진이 찾았습니다.

만5천킬로 미터 밖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어 '사탄'이라 불리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한때 서방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냉전의 유산들이 방문객을 맞습니다.

<인터뷰>유리 빅토르비치(전 46미사일 기지 대령): "이 기지에 86개의 핵미사일이 있었는데 모두 미국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지의 핵심 시설은 45일간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지하 미사일 발사 통제실.

입구까지 3백 미터의 지하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인터뷰>유리 빅토르비치(전 46미사일 기지 대령): "우리 머리 위에 무게 120톤이 되는 보호 장막이 뒤덮고 있습니다"

3명이 겨우 탈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땅 밑으로 층층이 모두 12개의 벙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94년 핵 폐기 결정 전까지 핵미사일 기지 9곳에 천8백 여기의 전략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

당시 핵 폐기 협상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대표는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과 경제적 문제 해결이 절실했다며 핵 폐기 수용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터뷰>타라슈크(전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결과적으로 (핵 폐기로 인해)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고립이 종식됐습니다. 그리고 거액의 외국인 직접 투자도 유입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성공적 핵 폐기의 사례로 떠오른 것은 만 4 천명에 달하던 핵 기술자의 재취업과 재교육 등 사후관리시스템까지 철저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명문인 키에프 공대.

이 대학 정밀설계학과의 페트렌코 교수는 과거 핵미사일 유도 발사 장치를 개발하고 운용하던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한때 핵무기를 같이 다뤘던 동료 들과 함께 나노기술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페트렌코(키에프 공대 교수): "우리 과학자들은 (핵 폐기 후에도) 생산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핵)미사일 조준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셀(cell)을 조준하고 있는 거죠. 창의적인 기능으로 말입니다."

키에프 외곽에 있는 우크라이나 과학기술센터 STCU는 바로 페트렌코 박사처럼 핵 기술자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돕는 핵 폐기 핵심기관입니다.

95년 창설된 이 센터는 기술자 유출 등에 따른 핵 확산 방지를 위해 미 의회가 마련한 넌-루거 프로그램에 따라 설립됐습니다.

<인터뷰>앤드류 후드(STCU 센터장): "1995년부터 합산하면 센터에서 연구와 활동자금 지원에 사용된 금액이 1억6천만달러 정도 됩니다."

핵 폐기와 함께 경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한 우크라이나에서는 12년이 지난 현재 생산과 소비 모두 모두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곳 우크라이나는 지난 10 여년간 계속돼온 7퍼센트 이상의 성장세를 올해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핵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한 북한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관계정상화를 통한 국제사회 편입을 전제로 핵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뻬레뻬리차(우크라이나 국제관계대 교수): "(북한에 대해서도)법적 보장과 경제지원, 그리고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보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관련 당사국들의 핵 폐기 의지와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금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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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폐기 참고서’ 우크라이나
    • 입력 2008-01-01 21:46:16
    뉴스 9
<앵커 멘트> 북핵문제는 결국 해를 넘겼습니다. 북핵 폐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KBS는 핵 폐기에 성공한 나라의 사례를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첫 참고서는 90년대에 핵을 폐기한 우크라이나입니다. 금철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남쪽으로 3백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피에르보마이스크. 구소련 당시 핵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이곳을 한국언론으로선 처음으로 KBS 취재진이 찾았습니다. 만5천킬로 미터 밖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어 '사탄'이라 불리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한때 서방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냉전의 유산들이 방문객을 맞습니다. <인터뷰>유리 빅토르비치(전 46미사일 기지 대령): "이 기지에 86개의 핵미사일이 있었는데 모두 미국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지의 핵심 시설은 45일간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지하 미사일 발사 통제실. 입구까지 3백 미터의 지하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인터뷰>유리 빅토르비치(전 46미사일 기지 대령): "우리 머리 위에 무게 120톤이 되는 보호 장막이 뒤덮고 있습니다" 3명이 겨우 탈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땅 밑으로 층층이 모두 12개의 벙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94년 핵 폐기 결정 전까지 핵미사일 기지 9곳에 천8백 여기의 전략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 당시 핵 폐기 협상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대표는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과 경제적 문제 해결이 절실했다며 핵 폐기 수용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터뷰>타라슈크(전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결과적으로 (핵 폐기로 인해)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고립이 종식됐습니다. 그리고 거액의 외국인 직접 투자도 유입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성공적 핵 폐기의 사례로 떠오른 것은 만 4 천명에 달하던 핵 기술자의 재취업과 재교육 등 사후관리시스템까지 철저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명문인 키에프 공대. 이 대학 정밀설계학과의 페트렌코 교수는 과거 핵미사일 유도 발사 장치를 개발하고 운용하던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한때 핵무기를 같이 다뤘던 동료 들과 함께 나노기술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페트렌코(키에프 공대 교수): "우리 과학자들은 (핵 폐기 후에도) 생산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핵)미사일 조준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셀(cell)을 조준하고 있는 거죠. 창의적인 기능으로 말입니다." 키에프 외곽에 있는 우크라이나 과학기술센터 STCU는 바로 페트렌코 박사처럼 핵 기술자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돕는 핵 폐기 핵심기관입니다. 95년 창설된 이 센터는 기술자 유출 등에 따른 핵 확산 방지를 위해 미 의회가 마련한 넌-루거 프로그램에 따라 설립됐습니다. <인터뷰>앤드류 후드(STCU 센터장): "1995년부터 합산하면 센터에서 연구와 활동자금 지원에 사용된 금액이 1억6천만달러 정도 됩니다." 핵 폐기와 함께 경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한 우크라이나에서는 12년이 지난 현재 생산과 소비 모두 모두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곳 우크라이나는 지난 10 여년간 계속돼온 7퍼센트 이상의 성장세를 올해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핵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한 북한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관계정상화를 통한 국제사회 편입을 전제로 핵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뻬레뻬리차(우크라이나 국제관계대 교수): "(북한에 대해서도)법적 보장과 경제지원, 그리고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보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관련 당사국들의 핵 폐기 의지와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금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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